2010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17일 밤 한국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 4-1이라는 큰 점수차로 패하자 시민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이어졌다.

그리스전에 이어 다시한번 짜릿한 승리를 기원하며 전국에서 200만명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붉은 함성을 토해냈다.

승패를 떠나, 이념을 떠나,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이날 하룻밤만은 전 국민이 마음을 한데 모았다.

시청 앞 서울광장과 강남 영동대로에서 대규모 응원전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국의 패배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열심히 뛰어 준 태극전사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며 다음 경기에서 더욱 선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

▲ 17일 오후 남아공 월드컵 B조 예선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시작된 가운데 서울광장에 모여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 위로 대형태극기가 등장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30분께 커다란 함성으로 태극전사를 맞은 시민들은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상대하는 만큼 쉬운 경기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국의 승리에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전반전 17분 박주영의 자책골이 나오자 시민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한 동안 망연자실해 있었지만 이내 "괜찮아"를 외치며 응원 열기를 고조시켰다.

전반 33분 아르헨티나 곤잘로 이과인이 헤딩골을 넣었을 때에도 시민들은 동요되지 않고 더욱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특히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의 만회골을 넣자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고 땅을 구르며 기뻐했다.

하지만 이과인이 후반 35분과 37분 추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우리 대표팀의 패색이 짙어지자 자리를 뜨는 시민들로 '붉은 물결'에 썰물이 찾아왔다.

대학생 이윤호씨(24)는 "졌다고 자리를 떠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면 된다"고 대표팀을 격려했다.

김유홍씨(36)는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거리응원전에 나왔다"며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는 우리 대표팀이 꼭 승리하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모두 60곳에서 거리응원이 펼쳐져 붉은 함성을 질렀다.

대구스타디움과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대구시민운동장 등 대구지역 14곳에서 10만5000여명(경찰추산)이 응원을 펼쳤다.

또 포항해도공원 등 경북지역 46곳에도 경찰추산 9만여명이 넘는 거리응원 인파가 몰렸다. 6만석이 넘는 대구스타디움에는 경기시작 4시간여 전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 전광판 아래 응원석부터 채워지기 시작한 관중은 3층까지 들어차며 그 수가 3만명에 육박했다.

코오롱야외음악당 등에도 일찍부터 관중이 찾으며 각각 1만명이상의 인파가 몰려 간식거리와 응원도구를 파는 상인들과 응원인파가 어우러져 축제장 분위기가 연출됐다.

경북지역에서는 포항해도공원과 경산육상경기장 등에 수천명에서 1만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한국 축구 첫 원정 16강 진출을 바라며 거리로 나온 경기도민 40여만명은 비록 졌지만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를 맞아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수원과 과천, 안양, 광명 등 경기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거리응원전을 펼친 도민들은 아직 낙담할 때가 아니라며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조별 예선전에 기대를 걸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시민 4만여명은 경기가 끝나자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서로를 위로했다.

전광판 아래 좌석 일부를 빼놓고는 온통 붉은 물결로 물들인 시민들은 전반내내 아르헨티나의 파상 공세에 밀려 태극전사들이 고전할 때도 전혀 실망하지 않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했다.

수원 만석공원중앙광장에도 2만여명이 시민들이 운집해 태극전사의 선전을 기원했다. 대표팀 '캡틴' 박지성의 모교인 수원공고에서도 후배들과 지역 주민 600여명이 박지성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기대했다.

과천 서울경마장에 모인 무려 8만여명의 시민들도 경마장 전광판으로 태극전사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안양 종합운동장에도 3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김종호씨(42)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맞서 열심히 뛴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면서 "쉽게 골을 내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번 시합을 교훈삼아 마지막 남은 경기에 압승을 거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 월드컵경기장은 시민 3만5000여명의 붉은 함성으로 흔들렸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시민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축구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 회원들도 대형 태극기와 불꽃응원 등을 준비해 시민들의 응원을 이끌었다.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인천 거리 곳곳에서는 시민 15만명이 거리로 나와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