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지리아 미드필더 루크만 하루나(20. 뒤)와 그리스 기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33. 앞)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리스가 나이지리아를 제물로 월드컵 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그리스는 1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프리 스테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26분 터진 바실리스 토로시디스(25. 올림피아코스)의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처녀 출전한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3패에 그친 그리스는 사상 첫 월드컵 승리를 기쁨을 맛봤다. 1승1패로 한국과 승점(3점), 골득실(-1)에서 같았지만 다득점(한국 3골. 그리스 2골)에서 뒤진 3위에 올랐다.

4강 후보로까지 꼽히던 나이지리아는 2패째를 당하며 16강 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나이지리아는 한국과의 최종전을 반드시 승리한 뒤 아르헨티나-그리스전을 지켜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첫 경기에서 나란히 1패씩을 떠안은 두 팀의 경기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패할 경우 사실상 16강 진출이 좌절되기에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경기가 이어졌다.

주도권은 나이지리아가 잡았다.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만만찮은 경기력을 선보였던 나이지리아는 개인기를 이용해 수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야쿠부 아예그베니(28. 에버턴)와 칼루 우체(28. 알메리아) 등은 계속해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빈틈을 엿봤다.

그리스는 테오파니스 게카스(30. 프랑크푸르트)와 디미트리스 살핀기디스(20. 파나티나이코스)를 적극 활용했다. 3백을 들고 나온 그리스는 한국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선제골은 나이지리아의 몫이었다.

나이지리아는 전반 16분 프리킥 상황에서 우체가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이 공격수를 그대로 통과해 골로 연결되며 리드를 잡았다. 이번 대회 첫 번째 프리킥 골.

공세를 이어가던 나이지리아는 전반 33분 오른쪽 미드필더 사니 케이타(24. 알라냐)가 상대 선수를 발로 가격하는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퇴장을 당해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허점을 놓치지 않은 그리스는 전반 종료 직전 행운의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44분 살피기디스의 오른발 슛이 상대 수비에 맞고 골문에 빨려 들어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살핀기디스는 그리스의 첫 번째 월드컵 득점자로 남게 됐다.

기세가 오른 그리스는 후반 들어 한 명이 부족한 나이지리아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던 그리스는 후반 중반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 중반 케이타의 퇴장을 유도한 토로시디스는 알렉산드로스 치오리스(25. 시에나)의 중거리슛이 골키퍼 맞고 흐르자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어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다급해진 나이지리아는 공격에 비중을 높였지만 수적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골키퍼 빈센트 엔예아마(28. 하포엘 텔 아비브)의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막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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