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3차전서 3-1 역전승 이제 양 팀 체력싸움

'배구의 살아 있는 전설' 김호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신치용 감독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46득점을 한 가빈에 막히고 말았다.

'NH농협 2009~2010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이 열린 1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는 5,300여명의 관중이 입장, 챔피언 결정전에 팬들의 관심을 보여줬다. 또 천안출신 '전 마라토너 선수 이봉주 선수'가 경기장에서 배구 경기에 앞서 직접 시구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현대가 앞섰다. 1세트에서 박철우 대신 헤르난데스를 투입한 김호철 감독은 공격과 서브리시브를 살려 장영기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다. 득점도 장영기가 5득점, 임시형이 4득점, 이선규, 헤르난데스, 박철우가 각 3득점, 하경민도 1득점을 보태면서 먼저 달렸다.

1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를 맞아 홈에서 21-25로 앞섰다. 하지만 2세트에서 '삼성화재'의 불같은 공격에 '현대캐피탈'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 1차전과 2차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가빈이 살아나면서 경기는 삼성화재로 기울였기 때문이다.

특히 가빈은 이날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한 세트 최고 타이기록'인 16득점을 올렸다. 가빈의 이런 불같은 공격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가빈이 최근 귀국문제 등을 놓고 부진을 면치 못하지 신치용 감독이 지난해 시즌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안젤코 추크'를 불러들인 것이다.

이날 경기가 열린 천안 유관순체육관에는 일본시리즈를 마치고 잠시 한국에 방한한 '안젤코 추크'를 초대해 경기장 관중석에 앉힌 것이다. '안젤코' 앞에서 경기를 펼쳐보라는 신 감독의 의도가 깔린 작전이었다.

신 감독의 작전은 성공. 가빈은 1세트에서 11득점을 하더니 2세트에서는 무려 16득점을 하면서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한 세트 최고 타이기록 점수를 올린 것이다. '안젤코' 앞에서 '안젤코'가 세운 한 세트 최고 타이기록을 보여주었던 가빈 이었다.

2세트에서 현대는 삼성 가빈의 길에 막히면서 25-22로 역전승을 내주고 말았다. 최고 세터 박철우가 5득점에 그쳤고, 헤르난데스도 가빈의 공격에 재대로 공격도 못하고 막히면서 4득점에 그쳤다.

이선규, 장영기, 임시형, 하경민, 한상길 모두 2득점을 했고, 송병일, 후인정은 1득점에 그치면서 16득점을 뿜어낸 '삼성화재'의 가빈에 막힌 것이다. 손재홍도 3득점을 했다.

3세트는 접전을 펼쳤다. '현대캐피탈'이 경기를 리드하면서 '배구의 전설'이라 불리는 김호철 감독의 작전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22-19로 앞선 상황에서 5번의 긴 릴레이 끝에 박철우가 코트를 강타하자 김호철 감독은 승리 예감이라도 한 듯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그를 칭찬했다.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앞서 김호철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선수들에게 질책과 격려를 아낌없이 코트에서 보내주고 있다.

3세트만 9득점을 한 박철우에게 김호철 감독은 모든 것을 맡긴 듯한 표정이었다. 하경민도 4득점을 했고, 장영기와 임시형도 각 3득점을 해냈다. 하지만 막판 체력 소모가 예상되면서 '현대캐피탈'에 질 것이라는 '삼성화재'의 저력이 빛을 발휘했다.

가빈의 오픈공격, 석진욱의 시간차, 손재홍과 가빈의 블로킹까지 이어지면서 듀스까지 만든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의 박철우 공격을 손재홍이 막으면서 코트를 벗어나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21-24까지 뒤진 상황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4세트는 '삼성화재'의 완벽한 경기였다. 현대캐피탈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화재'는 가빈을 앞세워 공격을 과감히 펼쳤고, 11득점을 한 가빈에 박철우와 헤르난데스가 1득점에 그치면서 코트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날 '현대캐피탈'의 박철우는 정규리그 당시 가운데 손가락 부상을 입어 매 경기 힘들어 했고, 이날 경기에서 다시 가운데 손가락을 다쳐 통증을 호소하면서 실수를 연발했다. 팬들과 감독도 철우의 부상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제 오늘(14일)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4차전 경기는 양 팀 모두 체력싸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 앞서 지난 11일에도 양 팀 감독은 앞으로 체력싸움이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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