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메이커 선호, 업체 담합으로 선정 안되기도...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학부모들의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교복 공동구매'가 학생들의 메이커 선호와 업체 담합 등으로 사실상 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동구매시(14만원 안팎)와 개별구매시(23만원 안팎)의 가격이 10만원 가까이 차이나 공동구매를 실시하지 않는 학교의 학부모의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전시 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총 60개교 중 절반이 채 안되는 26개교가 교복(동복)을 일괄 또는 공동 구매로 구매했다.

나머지 학교는 개별로 구매, 공동구매시 보다 최고 17만6000원 차이가 난 것으로 분석됐다.

중학교도 지난해 총 86개 학교 중 43개 학교가 개별구매를 실시, 전체의 50%만이 공동구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공공구매 현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전체 가격이 조금씩 올라 학부모들의 울상은 여전하다.

이같이 공동 구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는 학생들의 메이커 선호, 공동구매 절차 불편, 업체들의 가격 담합 등으로 점쳐 볼 수 있다.

실제로 대전의 A고등학교의 경우 올해 교복을 공동구매가 아닌 협의 구매로 정해 메이커를 포함한 5개 업체에서 교복을 시중가보다 10%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협의구매와 달리 공동구매는 가격은 싸지만 한가지 업체만을 선정할 수 있어 메이커를 선호하는 아이들에게 '비인기'라는 것.

이 학교 교복 공동 구매 위원장은 "아이들이 메이커를 선호하면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생돈을 써 가며 메이커 제품을 사야 하기 때문에 공동구매를 선호 하지 않는 학부모도 많았다"며 "여러가지 업체 교복을 선택할 수 있고 시중가보다 단돈 만원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업체들과 협의해 결졍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교도 공동 구매가 아닌 협의 구매로 결정, 공동 구매의 절차가 공문을 보내고 입찰을 하고 업체를 비교 하는 등 절차가 너무 복잡해 꺼려진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B고등학교는 교복 공동 구매 위원회를 구성, 모든 절차를 걸쳐 입찰을 했지만 2차 입찰 시 교복 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해 공동구매가 무산, 학부모들에게 개별 구매를 요청했다.

학부모 김모씨(50.여)는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14만원 정도면 교복을 살 수 있는데 개별 구매하게 되면 기본 구성만 사도 23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아이들이 메이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가격차가 큰 만큼 학부모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저렴한 공동구매를 선호하게 된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학부모 정모씨(45.여)는 "우리 아이는 기성복이 맞지 않아 맞춤을 했더니 40만원 넘게 나왔다"며 "일반 기성복도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입는 옷 치고는 너무 비싼 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구매 절차 등을 학부모들이 알기 쉽게 조정하고 업체 선정도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게 했으면 좋겠다"며 "모든 학부모들은 보다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메이커를 많이 선호하다보니 학부모들도 따를 수 밖에 없어 공동구매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며 "공동구매로 교복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위원회를 구성해 절차를 갖춰 공동구매를 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구매로 입찰된 업체들의 제품도 품질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학부모들도 공동 구매를 적극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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