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티저널 이명우 대기자 ] 염홍철 대전시장이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날 오후 9시 넘어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연다는 문자를 발송해 이날 기자 회견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항이기도 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뒀는지 염 시장은 "예측 가능한 정치적 관행을 만들고 안정적인 시정운영을 위해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 임기가 1년쯤 남은 시점에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선거구도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하고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 선거구도의 상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도 말했다.

염시장은 또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대전시정이 정쟁의 대상에서 어느 정도 자유스러워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어지기 때문에 더 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시장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로 입성한 뒤 민선자치가 시작되기 2년전 대전 시장에 부임했다. 민선 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이 맞을 것이다. 나사본(나라사랑운동본부) 출신인 염시장은 YS의 아들인 ‘현철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그는 대전시장에 출마할 수 없었고 여의도에 도전도 자민련의 돌풍으로 무명의 이재선의원에게 낙마의 고배를 들었다.

1999년 정치중단을 선언하고 학계로 돌아간 그가 다시 절치부심하고 나선 건 2002년 지방선거. 당시 한밭대 총장으로 있던 그를 강창희 현 국회의장이 다시 정치판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무난히 3선에 오를 것으로 보이던 홍선기 시장과의 한판 승부에서 그는 당당히 승리하고 한나라당 간판으로 시장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시장 재임중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오랫동안 함께한 정치적 선배이자 동지인 강창희 의장과 등을 졌다. 그리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은 요?”라는 말을 남긴 당시 박근혜 대표의 테러 여파로 월등히 앞서 가던 선거에서 박성효 현 의원에게 또 다시 고배를 들었다.

이어진 2010년 선거에서 염홍철 시장은 선진당으로 당을 바꿔 출전해 자신에게 고배를 안겼던 박성효 시장에게 낙승을 거뒀다. 그리고 다시 지방선거를 1년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그는 불출마를 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출마의 배경을 놓고 꿈돌이 동산 수사와 관련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꼭 사시의 입장에서 염시장을 바라볼 건 아니다. 그가 당초 꿈꿔온 대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바라보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는 관선 시장 시절 새로운 대전을 꿈꾸며 둔산 신도시를 그렸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생각지도 않게 굴러들어 온 떡(?)인 과학벨트를 가지고 고민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철저하게 정치적 이해가 맞아 떨어져 입지가 결정된 과학벨트지만 완성까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염시장의 소신이라면 소신일 수도 있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야당은 더 이상 과학벨트를 가지고 흔들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시장이 정치적인 이해관계 없이 시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행하는 행정행위를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으로 비춰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와 행정을 하면서 부침도 겪었고 영욕의 세월도 지냈다. 을지의대 관련 미결송금을 형사보상금이라고 말해 거짓말쟁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한나라당에서 민주당 그리고 선진당으로 말을 갈아타 ‘철새’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런 그가 이제 3선이라는 기회를 버리고 훌훌 떠난다.

"늘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소망해 왔다"는 그의 말대로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나는 것이다. 그는 시장직 수행은 '일'이 아니라 '삶'이었다”고 회고하며 "앞으로 1년 가까이는 평생 가장 열심히 일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벨트관련사업과 엑스포과학공원재창조, 대덕특구창조경제전진기지 조성, 도시철도 2호선 안정적 추진, 충청권철도망 조기추진, 신세계유니온스퀘어 건 등 현안을 안정적으로 추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떠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이제는 정치권과 시민이 그를 응원할 때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