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무자(戊子)년, 쥐의 해다. 작년 돼지의 해가 복덩이의 출산을 꿈꾸는 ‘출산의 해’라면, 올해 쥐의 해는 ‘다복(多福)의 해’라고 한다.

함경도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천지창조’ 신화에는 미륵이 세상을 이룬 뒤, 물과 불을 얻기 위해 생쥐와 담판을 벌이는 대목이 나온다. 이 때 생쥐는 미륵에게 샘물 찾는 법과 부싯돌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그 대가로 미륵에게 “이 세상에 있는 뒤주란 뒤주는 죄다 네가 차지해라”는 약속을 받는다. 뒤주는 바로 쌀독이다. 옛날에는 먹는 게 아주 중요했던 시절이라 쌀독을 차지한다는 말

쥐는 남극과 뉴질랜드를 제외한 지구 전 지역에 살고 있는 설치류로,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설치류는 쥐목 포유류의 총칭이다. 이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큰 목으로 포유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다른 설치류와 달리 쥐는 위아래 앞니에 치근이 없어서 이빨이 계속 자란다. 따라서 이빨을 닳게 하기 위해 전선이나 구조물, 가구 등의 단단한 것을 갉는 습성이 있다.

쥐는 덩치가 작지만 번식력이 왕성하다. 집쥐의 임신기간은 20~21일이고, 출산 뒤 몇 시간만 지나면 금방 발정하여 교미할 수 있다. 보통 1년에 5회 정도 새끼를 낳는데, 한배에 7~10마리의 새끼가 태어난다. 만일 연간 5회 10마리씩 암수 비율을 똑같이 낳는다고 가정하면 이론적으로 2년 뒤에는 5천만 마리로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야말로 엄청난 번식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종족끼리

생존력 또한 대단하다. 비록 시각은 약하나 촉각, 청각, 후각, 미각이 발달돼 야행성으로 활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촉각을 담당하는 긴 수염, 무엇이든 잘 갉아 먹을 수 있는 앞니, 예민한 감각기관으로 환경적응력이 뛰어나다. 행동이 민첩하고 예지력도 뛰어나 사람 이상의 생존 능력을 갖고 있다.

쥐는 해일과 지진, 산사태 등 지각의 변동 상황을 미리 알아차리는 민감한 예지력이 있다. 그래서 지진이나 해일의 조짐이 있으면 쥐가 떼를 지어 피난을 가거나 배 속에 있던 쥐들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는 등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쥐는 1950년 미군의 엔게비섬의 원자폭탄 실험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최근 대만에 지진이 일어날 때도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했다. 즉 쥐는 자연재해를 미리 예

그러나 일반적으로 쥐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쥐는 약삭빠르고 잔꾀도 많은 동물이다. 그래서 흔히 눈치 빠르고 약삭빠른 사람을 ‘쥐새끼 같은 녀석’이라고 표현하고, 못난 사람이 잘난 체 할 때에도 ‘쥐뿔나게 잘 났다’고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이롭지 못한 품행과 질병의 매개체로서도 좋지 않은 동물로 각인돼 있다. 농작물을 해치고 곡식을 훔쳐 먹는 해로운 동물에다 식중독, 흑사병, 유행성

하지만 쥐가 인간에게 해로움만 가져다 주는 건 아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0위 안의 약품은 모두 쥐 연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슈퍼쥐’도 쥐 연구 과정에서 탄생한다. 최근에 등장한 ‘슈퍼쥐’에는 겁 없는 생쥐, 강철 체력의 생쥐가 있다.

겁 없는 슈퍼쥐는 일본 도쿄대의 사카노 히토시 교수가 만들었다. 뇌 속에 있는 특정 후각세포를 제거하자 쥐는 고양이 앞에서도 떨지 않고 당당히 행동했다. 겁 없는 슈퍼쥐는 동물들이 주로 후각을 통해 공포를 느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강철 체력의 슈퍼쥐는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의 리처드 헨슨 교수팀이 만들었다. 유전자를 조작해 운동할 때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젖산이 줄어들게 했다. 통계적으로 보통 쥐가 19분 정도 달리는 데 비해 슈퍼쥐는 6시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슈퍼쥐는 보통 쥐보다 먹이를 1.6배 많이 먹지만 대사가 활발해 몸매는 날씬하다.

쥐를 이용한 실험과 연구는 결국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다. 2008년은 이런 쥐의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 무서움을 모르고 막강한 체력까지 지닌 쥐들이 속속 튀어나와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세상이 될 것 같다. 그 힘을 받아 우리도 강한 체력으로 365일 부지런히 뛰어 ‘부자 되는’ 한 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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