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아니라 방향이 문제

▲ 박정현 대전광역시의원(민주통합당비례)
평가의 계절이다. 민선5기 전반기 평가가 한창이고 의회도 하반기 원구성과 관련해 대표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대선도 있으니 대선출마자들에 대한 평가 역시 왁자지껄하다.

대전시도 얼마 전 ‘민선5기 대전시 전반기 시정 결산보고회’를 개최했고 660쪽에 달하는 ‘민선5기 2년 성과와 변화모습’ 보고서도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시민참여와 소통, 공감의 시정철학을 바탕으로 자강불식(自强不息)과 평이근민(平易近民)의 자세로 쉼 없이 달려, 132개의 민선5기 공약사업 중 임기 내 목표대비 80%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정말 힘차게 달려온 지난 2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평가의 핵심은 지난 일의 결산이 아니라 이제부터 가야할 길을 가리키고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민선5기 전반기 평가는 ‘소통부재’로 수렴되고 그래서 하반기 대전시의 최대 화두는 ‘소통’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염홍철 시장께서도 이에 대해 깊이 공감한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소통이 문제인가? 필자 역시 도시철도2호선 문제, 신세계와 롯데 등 대기업 유치강행, 시티즌 사장 인선을 비롯해 대전시 출자출연기관의 인사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대전시가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결정 초기단계부터 시민이나 민간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적극 반영하는 소통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던 염홍철 시장의 취임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6월초 정례브리핑에서 염홍철 시장이 한 발언을 듣고 필자는 현재 대전시의 여러 난맥상을 푸는 열쇠는 ‘소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이효정 원장의 법정근무시간 축소와 근무시간의 탄력적 활용이 특혜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염홍철 시장께서는 “문제라고 생각하니 문제이지, 다른 시각도 있다”고 답변했다.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주면서 모셔온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은 단지 ‘탈랜트’이기 때문에 원장에 선임된 것이 아니다. ‘그가 가졌다고 대전시가 믿는’ 다양한 문화계 네트워크와 중앙정부와의 친밀도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원장에 선임된 것이다. 그런데 이효정원장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과 진흥원 일이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지, 영상산업을 위해 서울의 다양한 관계자를 만나는 일과 일일드라마 출연을 위해 근무시장을 줄이는 것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갖게 되는지 필자는 도통 모르겠다. 그런데 염시장께서는 그것을 ‘문제로 보는 것이 문제’라고 질책하신다.

염시장께서 이효정원장을 두둔하는 한 아무리 대전시 공무원들에게 혁신을 주문하고 산하공사 직원들의 무사안일에 대해 질책해도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상근원장의 역할을 방기하고도 1억원에 달하는 대전시민 세금을 월급으로 챙겨가는 사람이 있는 비상식적 인사구조 안에서 혁신하고자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소통 부재로 시민들에게 몰매를 맞은 도시철도2호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공동위원회’를 꾸렸는데 얼마 전 시민단체쪽 참여자들이 탈퇴했다. 정책결정 초기단계부터 시민이나 민간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으니 이제라도 드러난 여러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해놓고 실질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중앙정부의 예비타당성 결과만 기다리고 있으니 시민단체쪽 참여자들은 도시철도2호선이 대전시 안대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그대로 밀어 붙이려고 대전시가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탈퇴한 것이다.

최근에는 대전시가 도시마케팅공사가 꿈돌이랜드를 107억원에 매입하는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과 언론인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한다. ‘문제가 안 되는 것을 문제’로 보는 언론에 대해 강력한 펀치를 날리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지역사회 화평과 안녕을 위한 대전시정의 최대과제를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통’이란 문제로 보는 시각과 문제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만나 최대 공약수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문제로 보는 것에 대해 질책과 펀치를 날린다면 그건 소통이 아니라 ‘이야기는 듣겠으나 결정은 내 맘대로!’이다. 결국 대전시는 ‘소통 외피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 시정은 지금, 너무 세차게 ‘자강불식’해 ‘평이근민’이 흑흑거리며 감히 쫓아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대전시민들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 대전시민을 위해 상식과 합리성에 기반해 어디로 달려야 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소통이 아니라 방향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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