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영구임대주택 입주 전까지 거주할 가수용시설 마련해 달라”

원신흥동의 행정대집행이 있던 20일 주민들 10여명이 마을 입구 연쇄점에서 철거반과 대치하고 있다.


<대전시티저널 김종연 기자> 대한주택공사 서남부개발사업단(이하 주공)이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들어갔다.

주공은 20일 오전 6시 30분경 원신흥동 320번지 일대 12가구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위해 장비와 철거인력 200여명을 동원, 강제수용에 나섰으나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서남부철거민대책위원회(이하 서남부대책위) 소속 주민 10여명은 지붕과 건물 안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은 지붕위에서 철거용역직원들에게 돌을 던지며 거칠게 대응했다.

주공은 이날 철거에 주민들이 대치하고 있는 연쇄점 건물과 12월 23일 이주하기로 주공과 약속한 1가구를 제외한 10여 채에 대해 강제수용에 들어갔다.

서남부 대책위 배남열 위원장이 셔터를 굳게 닫은 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남부대책위 배남열 위원장(46)은 “동절기인 12월부터는 강제로 철거를 못하게 돼 있는데 이를 며칠 남겨두고 강제수용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눈이 올 정도로 추운데 법적인 것만을 내세우며 주공은 철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주민들은 보상금이나 대토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 뿐”이라며 “영구임대주택 등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수용단지를 만들어 달라는데도 추운 날씨에 어디에 가라는 것이냐”고 입술을 떨며 얘기했다.

그는 “주민들의 대부분이 영세가옥 주”라며 “지금 받은 보상금으로는 사실 전세방도 얻기 힘든 형편인데 주공은 순환개발을 해야 함에도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투쟁을 통해 대책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날 철거용역 200여명이 연쇄점 앞 부분에서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주공은 연쇄점과 이주키로 약속한 한 가구를 제외한 10가구만 철거해 충돌을 피했다.


이어 그는 구청의 행정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구청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라며 “여름에 하수관로가 막히는 등 주민들이 불편을 겪음에도 구청은 ‘개발할 지역이라 수리를 못 한다’며 발뺌했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주공 관계자는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주거환경개선사업이라면 타당성이 있지만 투기성 세력이기 때문에 들어줄 수가 없다”며 그 증거로 “저 사람들의 실 거주지는 여기가 아니고 명의만 해 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들은 추후에 단독택지 한 필지씩을 달라고 하는 것인데 소유관계 등으로 볼 때 자격에 미달되고 한 집안에서 부자가 주소를 달리해놓고 이제 와서 저러는 것”이라며 “주민들은 투기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비하했다.

철거되기 직전의 한 가구. 현관 위로 명패가 걸려있고 우측으로는 행정대집행 영장이 붙어있다.


주공 관계자는 그 예로 “99년 11월 26일 이전에 지은 건물과 이후에 지었어도 합법적인 정식 허가절차를 걸쳐 지은 건축물, 재산상속이나 다세대 주택에서의 포괄승계는 추가보상이 가능하다”면서도 “저들 중에는 일부러 조립식 건축물을 마당 한 가운데에 지어놓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날 행정대집행에 대해 “정말 어려운 사람들과 올해 안에 이사하는 사람들은 철거하지 않고 남겨놓았다”고 말한 뒤 “철거하는 집에서 나오는 짐이 별로 없고 투쟁하는 저 사람들은 1년이 지나도 이사가지 않을 사람들이라 행정대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남부 개발 보상 및 이주대책마련을 놓고 원주민들과 시행사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마찰을 일으킴으로 인해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어 대전시의 무분별한 택지개발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철거인력들이 집에서 기물을 빼내 이삿짐 차에 실어 나르고 있다.

10가구에서 옳긴 기물들을 한 곳에 쌓은 뒤 포장으로 덮고 있다. 뒤편으로 대전체고 건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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