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새터민을 위한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칠순잔치’

자녀들이 칠순잔치를 맞은 부모님들께 큰 절을 올리고 있다.

 

푸른 산 저 너머로 / 멀리 보이는 / 새파란 하늘 그리운 하늘/
정다운 동무들과 / 시냇가에서 버들피리 / 불며, 불며 놀았습니다.

 

삶이 싫어 떠나온 북녘 땅을 그리며 부르는 애환 섞인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중국 공안을 피해 도망치며 약초뿌리를 먹고 살던 그 때 불효했다는 편지글을 조목조목 읽어 내려갈 때 억눌렀던 눈물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자유를 향해 북한 땅을 떠나 남한으로 온지 벌써 수년째. 이들은 같은 땅 다른 사상을 가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생명종합사회복지관과 푸른하늘 새터민 자원봉사단이 마련한 이날 자리는 그들에게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눈감는 그날까지 잊지 못할 가슴속 깊은 추억거리가 됐다.

 

2007 무지개 프로젝트 희망무지개 열림과 나눔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고령자 새터민을 위한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칠순잔치’가 31일 용운산성식당(동구 용운동)에서 열렸다.

 

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읽어 내려가자 이윽코 노인들의 주름진 눈가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남한에 내려와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독거생활을 하는 외로운 노인 5명에게 칠순을 맞이해 잔치가 벌어졌다.

 

유재숙(판암동), 김군녀(판암동), 안연화(월평동), 김복순(삼천동)할머니들과 서길(월평동)할아버지는 이렇게 기쁜 이날 그동안의 서러웠던 순간들과 고마움에 눈물만 하염없이 닦아내고만 있다.

 

많은 남녘 동포들이 남한 사람들에게도 잘 해주지 않는 칠순잔치를 해준 것에 감사하다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칠순잔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한국도로공사 충청지역본부와 이미란꽃집, 둘리스튜디오, 레프쿠헨제과점, 용운산성식당에서 적게나마 도움을 주면서 200여명의 참석자들의 형제, 자매들이 한데모여 기쁜 날을 맞을 수 있었다.

"너무 보람됐어요. 감사합니다."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박은주 사회복지사(왼쪽)와 새터민자원봉사단체 푸른하늘 이기분 회장(오른쪽)
전반적인 행사준비와 이날 행사진행에도 성이 안찼는지 음식까지 나르며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박은주(27세) 사회복지사.

 

오랜 시간 준비하느라 힘들 법도 한데 박은주씨는 “이런 저런 행사를 준비하는데 푸른하늘 봉사단이 다 준비를 했어요”라며 자신은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 대해 “준비하면서 마음이 너무 찡했어요. 새터민으로 구성된 푸른하늘 봉사단 여러분들이 자신의 부모님께 드리는 상을 차리듯이 음식을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힘든 것은 다 잊어졌고 오히려 큰 보람을 느꼈어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음식준비를 맡았던 푸른하늘 봉사단의 이기분 회장(46. 함경도)도 “우리 엄마 아버지 잔치상 차려드리는데 힘들 리가 있어요?”라며 쑥스러워 했다.

 

이 회장은 “이래(이렇게) 많이 후원해 줘서 너무 감사해요. 남한 사람들보다 더 챙겨주시는 것 같습네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자녀들이 축가를 부르고 있다.

케잌 컷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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