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인 재능과 아름다움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으로 일가를 이룬 센 리큐(1522~1591)

일본인들에게 리큐는 일본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다두(茶頭)로 권력의 정점에 다다른 희대의 명인 리큐는 왜 죽임을 당했나.

제140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야마모토 겐이치(山本兼一·54)의 장편 ‘리큐에게 물어라’는 리큐의 수수께끼 같은 죽음에서 출발한다. 비극에 다다르게 된 경위, 최고 통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대립, 젊은 날의 사건들을 하나씩 밝혀낸다.

바야흐로 전국시대의 대혼란과 임진왜란으로 기억되는 16세기 일본이 배경이다. 부유한 어물상의 아들로 태어나 천부적인 미적 감각과 재능으로 다도의 1인자가 된 리큐는 당대 일본의 정치와 문화 전반을 좌우하기에 이른다. 그의 심미안은 누구도 경외하지 않을 수 없다.

도요토미는 ‘미를 마음대로 부리고 미의 정점에 군림하는 리큐를 용납할 수 없었다’(22쪽)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붙여 리큐를 사사(賜死)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진짜로 리큐를 죽일 마음은 없었다. 리큐가 늘 품에 지니고 다니는 아름다운 녹유 향합이 탐났고, 그의 사과를 받아내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소설은 죽음을 하사받는 리큐의 할복날인 덴쇼 19년(1591) 2월28일 아침에서 시작해 시간의 역순으로 전개를 이어간다. 영화 ‘박하사탕’이 취한 구도와도 유사하다. 리큐 할복 전날, 15일 전, 한달 전, 4년 전 등으로 거스르며 리큐의 진면모를 확인시킨다.

그 가운데 조선 여인과의 애틋한 사랑이 은은한 향기를 뿜는다. 19세의 요시로(훗날 리큐)는 다홍색과 흰색의 옷을 입은 조선 여인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리큐의 미적 감각으로 미뤄 그 여인은 절세미인이었음에 틀림없다. 리큐는 조선에 돌아가고 싶다는 여자를 빼돌리는 과정에서 여인을 잃고 만다.

모든 것은 여인의 유품인 조선 녹유 향합에서 출발했다. 도요토미가 그토록 탐낸 것도, 리큐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도 그 향합이다. 소설은 다시 리큐의 할복 당시로 돌아가 ‘무궁화 가지와 녹색 향합’(480쪽)이 놓인 장식단을 비춘다.

‘리큐에게 물어라’는 텐도 아라타(50)의 ‘애도하는 사람’과 함께 나오키상을 공동 수상했다. 도요토미가 리큐에게 늘 캐물었으나, 죽음에 이르러서도 답을 알아내지 못한 녹유 향합의 유래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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