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한국커피문화협회 사무처장 ]  우리가 식후에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2차 세계 대전 때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이 이탈리아에 주둔하게 되었는데, 현지인들이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미군들에게 너무 쓰고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물을 희석해서 마시게 되었다. 미군들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연하게 마시는 것을 본 유럽인들이 미국인들을 얕잡아 보는 의미로 미국인들이 마시는 커피를 아메리카노라고 이름 붙였다는 설이다.

이처럼 아메리카노의 시작은 미국을 얕잡아 보던 유럽인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현재 우리가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 음료 1위가 아메리카노로 손꼽히는 만큼 미국의 커피 소비는 여느 유럽 국가들에 못지않은 소비 대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제 커피가 미국에 전해진 시기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에 커피가 전해진 시기는 16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스톤에서 가장 유명했던 커피하우스는 ‘그린 드래곤’ 이었는데, 이 곳은 미국의 독립주의자들이 모여 보스턴 차 사건을 모의한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당시 아메리카의 커피하우스는 당대 유럽의 커피하우스처럼 다양한 계층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유럽의 커피하우스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정부 기관에서 주최하는 회의나 모임의 공간으로 커피하우스를 활용하였고, 때로는 재판장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아메리카인들의 즐겨 마시는 국민 음료는 ‘차’였다. 그러나 1773년에 발생한 보스턴 차 사건을 기점으로 아메리카인들 사이에서 차를 음용하는 것은 비 애국이라는 인식이 강해져갔다. 그리고 차 대신 커피를 음용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결국 보스턴 차 사건은 아메리카인들 사이에서 커피 음용이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커피는 국민 음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커피의 인기는 계속해서 치솟아 19세기 말에는 미국인들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반을 소비할 정도가 되었다. 이로써 미국은 세계 최대의 커피 소비국이 되었고, 전 세계 커피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었다. 현재까지도 미국인들은 세계 커피 생산량의 1/4 정도를 소비하고 있으며, 2010년 기준으로는 약 13억kg을 소비했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미국의 커피시장이 120억 달러의 규모를 이루고 있다는 보고는 미국이 여전히 커피 소비 대국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면 미국인들의 커피 소비는 대중적인 커피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다양한 향미를 지닌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에 주목하게 되었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나 미국의 정부 부설 연구소, 미국내셔널커피협회 등에서는 커피의 풍미와 농도 등의 기준을 정하여 스페셜티 커피의 소비를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열풍은 일본에 전해졌고, 현재는 그 열풍이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요즈음에는 카페에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문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전문적인 커피 교육을 받거나 커피에 대해 지식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커피는 이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커피에서 다양한 향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음료 1위인 ‘아메리카노’를 유행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의 열풍을 일으킨 미국은 진정한 커피 산업의 주도국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타벅스’에서 ‘블루보틀’까지 미국에서 시작된 커피 산업이 우리나라의 커피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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