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제작해 지난 1999년에 발사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1호가 ‘사망선고’를 받았다. 아리랑1호는 앞으로 최대 50년 동안 지구 궤도를 떠돌다가 대기권에 들어와 불타 없어질 운명이다. 모든 전자기기에 수명이 있듯 위성 또한 전자기기인 만큼 수명이 있는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위성 한 대의 제작비는 2천억원, 발사비용은 5백억~4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따라서 위성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위성에 들어가는 전자부품들은 위성의 수명 동안 잘 작동하는지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실제 운용조건보다 훨씬 가혹한 상태에서 3~4개월 동안 ‘라이프 테스트’(life test)를 받는다. 따라서 다른 전자기기에 비해 부품의 수명이 다해 위성의 수명이 끝나는 일은 비교적 드물다.

초기에는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의 수명이 골치였다. 위성은 태양전지판에서 만든 전력을 2차 화학전지인 배터리에 충전해서 전자기기를 작동시킨다. 그런데 배터리에 충전을 반복하다보면 그 용량이 점점 줄어들어 수명이 다하게 된다. 다행히 발전을 거듭해 태양전지판과 배터리는 더욱 가벼워졌고 15년 이상 거뜬히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태양전지판의 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태양으로 방향을 맞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위성의 자세제어를 담당하는 추력기의 연료가 위성의 수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진공인 우주공간에 쏘아올린 위성의 자세는 한번 조정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위성 중 가장 높은 3만6000km 궤도로 지구를 돌고 있는 무궁화 위성도 고정된 위치에 고정된 자세를

이런 자세교정은 왜 필요할까? 지구가 완전히 둥근 원이 아니기 때문에 위성을 당기는 인력에 차이가 생긴다. 또 달과 태양이 있어 위성을 당기는 인력에는 늘 편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에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입자가 만드는 복사 압력으로 위성은 늘 비틀거린다. 만약 지상에서 적절하게 명령을 내려 자세를 잡아주지 않으면 전력 생산이 끊기고 통신도 두절돼 미아가 되고 만다.

무궁화 1호의 경우 자세 교정을 위해 매년 12kg씩의 연료를 소모했다. 발사 당시 무궁화 1호에는 모두 187kg의 연료가 있어 예상 수명이 10년이었지만 발사 도중 발사체에서 보조 로켓 1기가 분리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뜻하지 않게 낮은 궤도에 머물게 된 무궁화 1호는 모자란 높이를 보완하기 위해 귀중한 자체연료를 소모했다. 예상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위성 운영자들은 위성의 연료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 위성의 자세를 교정한다. 정지위성의 경우 남북방향의 수정이 동서방향의 수정보다 연료소모가 8배 이상 크다. 운영자들은 위성의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수개월 전부터는 남북방향의 수정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 위성의 수명을 연장한다. 이번에 사망선고를 받은 아리랑1호 위성이 설계수명이었던 3년의 2배에 가까운 수명을 누린

위성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우주로 출장서비스를 보내기도 한다. 1984년 4월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탐사위성 솔라맥스를 우주에서 기사회생시키는데 성공해 인공위성 수리의 신호탄을 올렸다. 같은 해 11월 챌런저호는 고장으로 우주미아가 된 2대의 통신위성을 화물칸에 싣고 지상으로 도로 가져왔다. 이때 회수된 미국의 웨스타-6호와 인도네시아의 파라파B-2호는 1990년 다시 우주로 올려졌다. 1992년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위성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우주에서 대수술을 할 수 있는 수리위성이 개발 중이다. 우주에서 노후한 위성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고, 연료를 재보급해서 위성을 완전히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본격적인 수리위성 개발에 앞서 2007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오비탈 익스프레스(Orbital Express) 우주실험이 있었다. 오비탈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는 아스트로(ASTRO)라는 서비스 위성이 넥스트셋(NextSat)이라는 시험위성을 수리하는 것을 가정해 실시된 실험이다. 아스트로에는 위성 자세제어용 연료인 히드라진 추진제 136kg, 교체용 배터리, 위성을 붙잡기 위한 소형 로봇팔이 달려 있다.

서비스 위성 아스트로는 시험위성 넥스트셋을 찾아가 도킹했다. 아스트로는 마치 전투기에 공중급유하듯 우주에서 연료를 전송하고, 로봇팔로 배터리를 교체 설치했다. 또 넥스트셋의 주컴퓨터를 백업 컴퓨터로 전환하는 등 위성을 회생시키기 위한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수명기간이 짧은 미국의 첩보위성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연구지만 몇몇 민간기업에도 저렴하게 위성의 수명을 연장하는 우주 수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생명연장의 꿈, 이것은 인간만의 꿈은 아니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