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행복한 학창시절로 오랜 기억에 남는 그곳

▲ 수십년 전 기성초등학교의 조회 모습.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하얀서리가 머리에 내려 앉고 세월의 흔적이 주름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때 그 당시만을 생각하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우렁차게 이야기를 해 주던 여든여덟의 유동삼씨.

기성초등학교 3회 졸업생이자 현 사회복지법인 한마음 회장인 그는 예전 학교 다닐 당시를 이야기 하며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다.

유동삼씨에 따르면 약 77년전인 1935년 대전 서구 평촌동에는 한 사립학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제시대였던 당시 학교가 규모를 갖춰 잘 운영이 되고 있었음에도 '독립운동을 하는 학교'라는 오해가 생겨 폐지, 공립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한다.

그 학교가 바로 대전 서구 매노동에 위치한 기성초등학교. 학교는 1935년 9월 5일 기성공립보통학교로 개교, 1학년과 2학년 2개 학급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재밌는 것은 당시에는 초등학교가 4년제 였다는 것.

이후 6년제로 바뀌여 졸업생 중 일부는 4년제를 졸업하고 체제가 바뀌면서 6년제까지 졸업장을 2개 받았다.

또 학교 개교일이 3월 초가 아닌 9월인 것도 급하게 학교를 설립하다 보니 아직 교실을 짓지 못해 그동안 다른 장소에서 공부를 해야 했던 것.

학생들은 교실이 없어 당시 주민센터인 '동사무소' 회의실에서 책상 의자도 없이 맨 바닥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회의가 없는 날만 가능, 회의가 있는 날은 창고의 곡식을 치우고 가마니를 깔고 공부를 했다고 하니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교실 2개동을 지어 9월 5일 드디어 새 학교로 이사를 했는데, 학생들이 직접 학교에 필요한 물건들을 옮기고 운동장도 직접 모레를 퍼다 날라 조성했다.

▲ 약 40여년전의 기성초등학교 졸업식.

그렇게 시작된 기성초는 1학년 40명, 2학년 40명 등 총 80여명이 한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받았고 나머지 한교실은 교무실로 사용했다.
 
교사도 부족한 시절이다 보니 1명의 교사가 1, 2학년을 동시에 수업, 칠판을 반으로 나눠 왼쪽은 1학년, 오른쪽은 2학년 수업을 진행했다.

수준별 차이가 나는 국·영·수는 한쪽은 설명을 할 동안 다른 한쪽은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 음악·미술·체육과 같은 예체능은 함께 수업을 실시했다.

학생들 나이도 제일 어린 친구가 10살, 많은 친구가 18살, 당시 교사는 21살로 나이가 많은 학생과는 3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고, 한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결혼도 했다고 하니,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당시에는 가능했다.

공부하기 열악한 환경에서도 교장은 교사가 연구 수업 등을 할 수 있는지 직접 테스트, 최고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고 한다.

이에 당시에는 기성초가 대덕군에 속해 있었지만 대전중학교에 9명의 학생을 진학시킬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는 것.

▲ 지난해 기성초가 실시한 부모와 함께하는 독서여행. 기성초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도서관 활용 우수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러한 열정은 현재까지 이어져 지난해에는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선정', '방과후학교 탑스쿨 경진대회 우수학교 선정', '학교도서관 활용 우수학교 선정', '유치원평가 최우수 유치원 선정' 등 수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기성초는 현재까지 74회 모두 5892명을 졸업시켰으며 이중에는 국회의원, 시장, 군수, 교원, 언론인 등 수 많은 인재가 각 곳에서 활동중이다.

농촌학교로 지정돼 있다 보니 능력있는 교사들이 지원, 도심보다 더 열정이 넘치고 능력이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학교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도중이다.

특히 장태산 등 주변의 천혜 자연환경을 활용, 지역문화 탐방의 일환으로 승상골, 평촌마을, 장태산 등에서 체험학습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행사를 지역 주민과 함께 실시, 운동회, 축제, 여행 등을 부모와 마을 주민과 함께해 마을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책 속에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교육을 전개, '독서마스터제', '책방나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독서여행', '울타리에 동시가 흐르는 학교' 등을 운영중이다.

더불어 추억의 전자앨범을 만들어 개인별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돕고, 집이 먼 아이들을 위해 우산을 배치, 갑자기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하는 세심한 배려가 있는 학교다.

▲ 기성초등학교가 학교 주변 환경을 활용해 실시하는 수련활동 중 일부.

농촌학교다 보니 맞벌이 가정, 저소득층 가정이 많다는 점을 고려, 교직원들이 장학금을 조성해 지원하고, 체험학습·수학여행·수련활동 등의 모든 체험활동비는 무료로 학교에서 지원하고 있다.

방과후 프로그램도 농촌에서 배우기 힘든 '바이올린' 등을 직접 학교에서 구매, 제공하고 인근 복지관을 활용, 수영도 무료로 전 학년이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얼마전에는 40년된 건물을 새로 리모델링해 최신식으로 단장, 무선인터넷이 되는 과학실, 책이 읽고 싶어지는 도서관, 미래의 아나운서를 꿈꿀 수 있는 방송실 등 도심의 학교보다 깨끗하고 좋은 시설을 구비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 기성초등학교가 무료로 운영중인 수영 방과후 프로그램.
이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계황씨는 "학생들이 좋은 시설에서 훌륭한 교육을 돈 걱정 없이 공부 할 수 있는 학교가 어디 있겠냐"며 "워낙 학교 구성원들이 열심히 해 줘 믿고 아이들을 맡길 정도로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아들이 5학년에 다닌다는 이 학교 43회 졸업생 김도기 학부모는 "아버지도 이 학교를 졸업, 3대에 걸쳐 학교를 다니고 있어 더 애정이 간다"며 "주변 환경도 좋고, 선생님도 훌륭해 떠나지 못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만족한다"고 흐뭇해했다.

기성초 유재열 교장은 "학교가 오랜 전통을 간직하다보니 졸업생들이 추억을 못 잊고 학교를 위해 기증도 많이 한다"며 "유동삼회장은 아이들에게 시조 등을 가르쳐 주는 교육기부를, 총동창회는 학교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영세민, 차상위 계층 등이 전체 학생의 약 47%를 차지, 마음이 슬픈 아이들이 있는 만큼 학교에서만큼은 즐겁고 행복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꿈을 탐색하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존중이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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