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끈 허정무 감독(55)이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취임했다.

▲ 허정무
허 감독은 23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천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시장(47), 안종복 대표이사(57)와 함께 자리해 각오를 밝혔다.

허 감독은 "당장보다는 미래를 생각했기에 인천에 오게 됐다. 훌륭한 인프라, 유소년 축구에 대한 높은 관심 등이 마음에 들었다"며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지 1개월 반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K-리그로의 복귀는 전남드래곤즈를 이끌다가 국가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던 2007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시즌 도중에 취임하는 만큼 부담감이 클 법하지만 허 감독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었다.

허 감독은 "어떤 조건이든 마음에 들면 도전해 보는 것이 나의 성격이다. 인천은 향후 몇 년 후에 정말 좋은 팀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감독 자리가 공석이다보니 부담 없이 올 수 있었다"며 "유쾌한 도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를 평가하고 정비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팀에 어울리는 색깔을 만들어 보고 싶다. 선수들이 긍정적인 사고에서 자신의 기량을 모두 선보일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더했다.

이번 허 감독의 인천 감독 취임은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시장의 힘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종복 사장이 송영길 시장의 의중을 받들어 허 감독에게 감독직을 요청했고, 허 감독이 고심 끝에 감독직을 수락한 것이다.

허 감독은 "매스컴에서 나와 시장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했는데 오래 전에 공식석상에서 한 번 본 것 말고는 못 봤다. 각별한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 맺어 나가야겠다. 시장께서 가지고 있는 인천에 대한 비전이 나를 감동시켰다"고 설명했다.

구단주인 송 시장은 "쉽지 않는 결정을 내려준 허 감독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은 4년이다. 구단은 대표팀에서 K-리그로 복귀해 '유쾌한 도전을 하겠다'는 허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다. 연봉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 코칭스태프 체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허 감독은 "구단에 상의하겠지만 (교체하거나 할)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연말까지 선수단, 코치들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어떤 부분이 필요하고 부족한지 세심히 살피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년까지는 정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 다음 해부터는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 우승도 노리는 팀, 어떤 팀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팀으로 만들 것이다"고 당당히 밝혔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봤으면 한다. 분명히 좋은 팀으로 만들겠다. 탈바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 감독과 선수단은 26일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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