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가 달라졌다.

일본은 19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베슬리 스네이더르(26. 인테르 밀란)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0-1로 패했다.

일본은 승점을 챙기진 못했지만 막강한 공격력의 네덜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5-0으로 이기겠다"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58. 네덜란드)의 호언장담과는 분명 거리가 존재했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54)은 객관적인 열세를 인정한 듯 초반부터 5명의 수비수를 배치해 실점을 막는데 주력했다. 최전방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까지 하프라인 근처에 머물며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모두 자기 진영을 지키자 네덜란드도 별다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후방 지역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수들을 유도했지만 자리를 잡은 일본 선수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 베슬리 스네이더르(26. 가운데)의 골이 터지자 네덜란드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로빈 판 페르시(27. 아스날), 디르크 카윗(30. 리버풀), 라파얼 판데르 파르트(27. 레알 마드리드) 등 공격수들을 총출동 시키고도 공략에 애를 먹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일본은 후반 8분 베슬리 스네이더르(26. 인테르 밀란)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조금씩 공격의 비중을 높였다. 혼다와 오쿠보 야스히노(28. 비셀 고베)는 네덜란드 선수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돌파를 시도하며 기회를 엿봤다.

오카다 감독은 후반 30분이 넘어서자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다마다 케이지(30. 나고야 그램퍼스)와 오카자키 신지(24. 시미즈 S-펄스) 등 공격자원을 투입해 맞불을 놓았다. 장신 수비수 다나카 마르쿠스 툴리오(29. 나고야 그램퍼스)를 최전방으로 올려 끝까지 네덜란드 골문을 노렸다.

경기는 스코어의 변화 없이 그대로 끝이 났지만 일본 축구는 네덜란드전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5월 한일전에서 0-2로 완패했을 때만 해도 오카다 감독의 입지는 불안했다. 잉글랜드,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연거푸 패한데 이어 약체 짐바브웨전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하자 대표팀을 향한 비난은 극에 달했다.

온갖 조롱에 시달리던 일본 축구는 막상 월드컵에 들어서자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내던진 대신 실리 축구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15일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서도 예상을 깨고 1-0 승리를 거둘 때에도 점유율을 중시하기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며 사상 첫 원정 승리를 일궈낼 수 있었다.

1승1패로 16강 진출은 아직까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과 함께 아시아 축구의 매운 맛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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