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선 북한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은 16일 새벽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10남아공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1-2로 아쉽게 석패했다.

북한은 후반 10분까지 문을 꼭꼭 잠궈 브라질을 당황케 했다.

아쉽게 후반 10분과 27분에 마이콘(29. 인테르 밀란), 엘라누(29. 갈라타사라이)에게 골을 내줬지만 44분 지윤남(34. 4·25)의 만회골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번 대회 출전국 중 가장 낮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5위의 북한은 랭킹 1위이자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를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비 일변도의 경기였지만 상대가 브라질이었던 만큼 소극적인 전술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전반 중반께는 수비 중심의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드필더진의 강한 압박과 조직적인 협력으로 호시탐탐 브라질의 빈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특히 정대세(26. 가와사키)는 특기인 저돌적인 돌파와 몸싸움을 서슴지 않으며 브라질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무릎이 찢어져 피가 났지만 정대세의 터프한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베스트 라인업을 풀가동한 브라질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브라질은 최전방 루이스 파비아누(30. 세비야)를 비롯해 호비뉴(26. 산토스)를 공격라인에 세웠고 허리 진영에 카카(28. 레알 마드리드), 펠리페 멜루(27. 유벤투스), 질베르투 실바(34. 파나시나이코스), 엘라노(29. 갈라타사라이) 등을 배치했다.

수비에서도 마이콘(29), 루시우(32. 이상 인테르 밀란), 주앙(32. AS로마), 미셸 바스토스(27. 올림피크 리옹)를 넣어 최강의 포백 라인업을 구축했다. 각 포지션에서 세계 최정상급으로 거론되는 선수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그러나 전반은 0-0 무승부로 끝났다.

전반에서 자존심을 잔뜩 구긴 브라질은 작심한 듯 후반 시작과 함께 빠른 템포로 공격을 펼쳐 나갔다. 그리고 골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브라질은 후반 10분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 불리는 마이콘이 슈팅 각이 거의 나오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그림 같은 골을 성공하며 지긋지긋했던 '0'의 행진에 마침표를 끊었다.

이어 후반 27분 엘라누가 추가골을 넣었다.

그러나 북한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를 앞둔 44분 지윤남이 세계 3대 골키퍼로 꼽히는 훌리오 세자르(30. 인테르 밀란)를 제치고 만회골을 넣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44년만의 본선 골이었다.

북한은 21일 오후 8시30분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 돌파시도하는 북한 홍영조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