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한 산악인 오은선 대장이 1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상에 서는 순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성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오은선(44. 블랙야크)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개선했다.

지난 달 27일 오후(한국시간) 세계 10위의 고봉인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던 오은선은 네팔 현지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은선은 네팔 현지에서 고산등반의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87. 미국)와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에 성공했던 라인홀트 메스너(66. 이탈리아)를 만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자신의 위업을 공식 인정받았다.

귀국 후 오은선은 "많은 분들의 큰 관심에 감사 드린다. 성원을 보내준 만큼 건강하게 잘 돌아왔다"며 "앞으로 살면서 국민께 받은 성원을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채찍을 부탁 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오은선은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순간을 생생히 묘사했다.

"날씨도 좋지 않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는 오은선은 "빨리 정상을 찍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 와중에도 정상을 눈 앞에 두고 피켈(등산용 지팡이)에 태극기를 묶으며 알 수 없는 기운을 받아 힘차게 올라갔다. 정상에 서는 순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여성 첫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을 다투던 에두르네 파사반(37. 스페인)이 제기한 칸첸중가 등정 논란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이미 오해를 풀었다. 여러 자료와 그림까지 그려가며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산소 등정 논란에 불을 지폈던 한스 카머랜더(54.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가 많았던 것 같다. 그 분의 스승인 메스너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8000m 등반에서 산소 사용과 셀파를 대동하는 것은 등반가 개인의 선택이지 그것과 논란이 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은선은 "겔린데 칼텐브루너(40. 오스트리아)와 파사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들이 모티브가 됐다"며 "기록을 세워 유명해지겠다는 것보다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이 가능성을 갖고 계획하고 시도했다. 기록만을 위해서 오른 것은 아니다"고 자신이 이룬 업적에 대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철녀'라는 별명에 대해 오은선은 "굉장히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내 모습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을 해서 붙여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산에 왜 가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자석에 이끌리듯 몸과 마음이 산으로만 향하고 있다"고 멋쩍은 듯 웃어 보인 오은선은 "최근 3년간 질주하듯이 많은 봉우리를 등반했고, 오로지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며 "현재로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오은선의 등반을 후원했던 블랙야크의 강태선 대표는 "(오은선은)산악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다. 완벽하게 사고 없이 14좌 완등을 이뤄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오은선의 14좌 완등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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