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상대 꿀맛 쾌승, 경험·자신감 소득

▲ 이동국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22. 볼턴 원더러스) 등 동료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강호를 상대로 오랫만에 맛본 멋진 승리였다.

허정무호가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제압하며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허정무 감독(55)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일 오후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로프터스 스타디움에서 가진 코트디부아르와의 A매치 데이 평가전에서 전반 3분 만에 터진 이동국(31. 전북)의 결승골과 후반 47분 곽태휘(29. 교토상가)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에서 53위에 그쳤던 한국은 22위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본선 B조 맞상대 나이지리아전을 가정한 모의고사를 펼쳤다.

당초 열세가 점쳐졌지만, 한국은 이른 시간 내에 선제골을 얻으며 기세를 올렸고, 다급해진 코트디부아르의 조직력이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이어간 끝에 추가골까지 얻어내며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이번 경기에서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22. 볼턴 원더러스), 기성용(21. 셀틱), 차두리(29. SC프라이부르크), 이영표(33. 알 힐랄), 김남일(33. 톰 톰스크) 등 유럽과 중동에서 활약 중인 해외파를 모두 불러모아 월드컵 본선 출전명단에 가장 근접한 명단을 꾸린 허 감독은 이날 승리로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

승리의 원동력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실력을 과시한 해외파의 활약이었다.

지난 1월부터 손발을 맞춘 대표팀에 포함되지 못해 활약여부가 불투명하게 점쳐졌던 박지성, 기성용, 이청용은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한국의 미드필드진에 포진, 공격 시발점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좌우 측면에 포진한 박지성과 이청용은 쉴틈없이 코트디부아르 진영을 헤집으며 찬스를 만들어냈고, 기성용은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날카로운 패스 연결로 힘을 보탰다.

이들은 지원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2선 공격에 가담해 골과 다름없는 매서운 슈팅을 날리며 코트디부아르의 간담을 서늘케 함과 동시에 벤치에서 활약을 지켜보던 허 감독을 웃음짓게 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미드필드진에서 2~3번의 패스에 이어 슈팅까지 연결되는 모습은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기성용과 중앙 미드필더로 나란히 호흡을 맞춘 김정우(28. 광주)도 뛰어난 패스 호흡과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무난히 소화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이동국은 3일 오후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코트디부아르 간의 A매치 데이 평가전에서 전반 3분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이동국(31. 전북)은 사실상의 본선행 최종 수능이었던 코트디부아르전에서 그동안의 위기설을 훌훌 털어내는 멋진 골을 성공시켜 허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음과 동시에 본선 출전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이동국은 경기시작 3분 만에 상대 수비수의 걷어내기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 감각을 발휘, 난적 코트디부아르를 무너뜨리는데 기여했다.

2월 14일 일본과의 동아시아선수권대회 페널티킥골에 이어 두 경기 연속 A매치 득점에 성공한 이동국은 이날 활약으로 '타겟형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내해준 허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동국과 투톱으로 전반 45분 간 호흡을 맞췄던 이근호(25. 주빌로 이와타)는 무난한 활약 속에 경기를 마쳤다.

코트디부아르의 막강 화력을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냈던 포백라인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좌우 풀백 이영표와 차두리는 활발한 오버래핑과 협력수비로 디디에 드록바(32. 첼시)를 앞세운 코트디부아르를 무득점으로 틀어막았으며, 중앙수비 듀오 조용형(27. 제주)과 이정수(30. 가시마 앤틀러스) 역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승리에 기여했다.

최근 저조한 활약이 지적되던 이운재(37. 수원)도 간간이 이어진 코트디부아르의 슈팅을 잘 걷어내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어냈다.

활약여부에 기대가 모아졌던 안정환(34. 다롄스더)은 후반 45분 간 찬스 상황에서 남다른 득점감각을 뽐내며 상대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 해 허정무호의 새로운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선보였다.

동아시아선선수권 중국전에서 뼈아픈 실책으로 고개를 숙였던 곽태휘(29. 교토상가)는 이날 안정된 수비 뿐만 아니라 후반 추가시간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특유의 공중제공권을 발휘해 추가골까지 얻어내며 '골 넣는 수비수'의 명성을 재입증했다.

김남일, 김재성(27. 포항) 등 다른 교체자원들도 짧은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제 실력을 잘 발휘해냈다.

1월 남아공, 스페인 전지훈련과 2월 동아시선수권 부진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전술 문제도 압박과 역습이 효과적으로 이뤄져 이전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이른 시간 선제골을 얻어내며 다수의 유럽파를 불러들인 코트디부아르가 의욕을 갖고 경기를 치르면서 아프리카 팀 공략법에 대한 더없이 소중한 경험과 자신감을 얻은 것도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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