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 많은 선수들이 울고 웃었고, 우려 속에 출발한 대회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상고온과 준비 부족 등 많은 우려 속에서 개막한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무사히 마치고 차기 개최지인 러시아의 소치에 대회기를 넘겨줬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그루지야의 루지 선수인 노다르 쿠마리타쉬빌리(22)가 연습 도중 사망하는 사고를 당해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이후 대회는 큰 사고 없이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 세게 60억 인구의 눈이 모아진 이번 대회에서는 많은 이들의 예상이 실제 결과로 나오기도 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예상 밖의 결과가 연출되는 등 다양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많은 팬들의 관심이 모아졌던 남녀 피겨스케이팅에서는 2009~2010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정상에 올랐던 우승후보 1순위 선수들이 무난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부의 에반 라이사첵(25. 미국)은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 플루셴코(28. 러시아)의 추격을 가뿐하게 물리쳐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부의 김연아(20. 고려대)도 '필생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20. 일본)를 비롯한 우승 경쟁자들에게 압도적인 기량 차를 선보이며 연달아 여자 역대 최고점수를 기록, 당당하게 1인자의 자리를 재확인했다.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플라잉 토마토' 숀 화이트(24. 미국)는 밴쿠버의 하늘을 수 놓으며 모두가 기대했던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지난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화이트는 2010년 밴쿠버에서 다시 한 번 세계정상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숀 화이트'라는 공식을 재입증했다.

스키점프에서는 시몬 암만(29. 스위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서 노멀힐과 라지힐에서 모두 깜짝 우승했던 암만은 지난 대회에서 빈 손으로 돌아섰던 아픈 기억을 8년 만에 2관왕으로 말끔히 털어냈다.

대회를 앞두고 암만과 강력한 라이벌 구도가 기대됐던 그레고르 슐리렌자우어(20. 오스트리아)는 2종목 모두 동메달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자 알파인스키에서도 라이벌의 명암이 엇갈렸다.

세계랭킹 1위의 린제이 본(26. 미국)이 부상과 불운에 시달리며 활강 금메달과 슈퍼대회전 동메달에 그친 반면, 랭킹 2위인 마리아 리슈(26. 독일)는 회전과 복합 경기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고 2관왕에 등극했다.

많은 기대가 모아졌던 남자 아이스하키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 러시아의 몰락이라는 이변이 연출됐다.

예선에서 슬로바키아에 일격을 당한 러시아는 결승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했던 캐나다를 8강에서 만난 탓에 완패, 일찌감치 짐을 싸는 수모를 겪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무난한 결승 진출을 예상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45)의 캐나다 방문이 무산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반면, 강력한 라이벌을 가볍게 꺾어버린 캐나다는 기세를 모아 결승전까지 진출, 미국과 우승을 다투게 됐다.

빙상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에서는 한국 선수단의 활약 여부에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속출했다.

그 동안 스피드스케이팅에 뚜렷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던 한국은 이승훈(22)과 모태범(21), 이상화(21. 이상 한체대)의 맹활약 덕분에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빙상 강국인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 일본 등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그 동안 아시아 빙상강국을 자부했던 일본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에 그치며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수확하지 못하는 치욕을 맛봤다.

밝은 곳이 있다면 어두운 곳도 있게 마련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기대를 뛰어 넘는 성적을 낸 것에 비해 쇼트트랙에서는 한국이 온갖 부진에 시달리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덕분에 중국과 캐나다가 예상보다 많은 메달을 가져갔다.

왕멍(25)을 앞세운 중국은 여자부 4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가져갔고, 남자부에서는 찰스 해멀린(26)이 맹활약한 캐나다가 한국과 금메달을 2개씩 나눠 가졌다.

'반칙왕' 아폴로 안톤 오노(28)는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더해 총 8개의 메달(금 2. 은 2. 동 4)로 미국 동계 올림픽 출전 역사상 최다 메달을 기록하는 감격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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