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MBC 뉴스에서 멋진 낱말을 쓰셔서 소개합니다.
콩고 어린이를 소개하면서 '눈물을 훔치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눈물을 닦는다고 하지 않고 훔친다고 했기에 오늘은 그 표현을 좀 소개할게요.

며칠 전에 보낸 편지에서
1988년부터 '새벽'에 '오전'의 뜻을 이르는 뜻을 더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사전이 낱말의 뜻을 늘렸다기보다는 오히려 새벽의 본뜻을 죽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훔치다를 좀 볼게요.

닦다, 훔치다, 씻다는 뜻이 조금씩 다릅니다.
'닦다'는
"때, 먼지 녹 따위의 더러운 것을 없애거나 윤기를 내려고 거죽을 문지르다."는 뜻으로
이를 닦다, 구두를 닦다, 방바닥을 걸레로 닦다처럼 씁니다.

'훔치다'는
"물기나 때 따위가 묻은 것을 닦아 말끔하게 하다."는 뜻으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다, 걸레로 방 안을 훔치다, 그는 긴장을 했는지 연방 식은땀을 훔쳐 내었다처럼 씁니다.

'씻다'는
"물이나 휴지 따위로 때나 더러운 것을 없게 하다."는 뜻으로
얼굴을 씻다, 때를 씻다, 쌀을 씻어 안치다, 손을 씻고 밥을 먹어라처럼 씁니다.

훔치다, 닦다, 씻다는 이렇게 쓰임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도 국립국어원에서 1988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이런 다름을 다 없애버렸습니다.
그 사전에서 닦다를 찾아보면 보기로 눈물을 닦다가 나옵니다.
따라서 지금은 눈물을 닦는다고 해도 되고 훔친다고 해도 되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이런 것은 낱말의 뜻을 늘려 쓰임의 폭을 넓혔다기보다는
낱말이 지닌 작지만 멋진 차이를 없애버렸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오늘아침 뉴스에서 눈물을 훔치다고 말씀하신 MBC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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