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이산해 기성록 초고본 해제…소유지 변경해도 문화재 지위 유지 필요

2017년 6월 대전시 유형 문화재로 지정 받은 후 올 8월 21일 지정 해제한 아계 이산해(鵝溪 李山海) 기성록 초고본(箕城錄 草稿本).
2017년 6월 대전시 유형 문화재로 지정 받은 후 올 8월 21일 지정 해제한 아계 이산해(鵝溪 李山海) 기성록 초고본(箕城錄 草稿本).

[시티저널=허송빈 기자] 동산 문화재를 소유했던 소유자가 이사를 갔다고 유형 문화재에서 해제되는 일이 대전에서도 발생했다. 문화재 관리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달 21일 대전시는 조선 중기 문신으로 시인, 서예가면서 충홍도 관찰사를 지낸 이경전(李慶全)의 부친인 아계 이산해(鵝溪 李山海)의 '기성록 초고본(箕城錄 草稿本)'을 시 유형 문화재에서 해제했다.

소유주인 동시에 관리자가 대전을 떠나 경기 성남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유형 문화재 소유주면서 관리자가 주거지를 이전하면서 유형 문화재 해제 사례는 대전에서는 처음이다.

'아계 이산해 기성록 초본'의 소유주가 성남에서 유형 문화재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관리 소홀 등의 우려가 있지만, 문제는 이를 예방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0일 시에 따르면 아계 이산해 기성록 초고본은 아계 이산해의 자필본으로 추정하고 있는 책이다.

아계 이산해가 자필로 1594년에 편찬해 아들인 이경전에게 전달했다.

이경전은 이를 저본으로 해 충홍도 관찰사 재임 시절인 광해군 4년인 1612년 6월 5일에서부터 광해군 5년 1613년 2월 8일 사이에 시집인 아계유고(鵝溪遺稿)의 기성록을 목판본으로 간행했다.

이산해의 자필본이 거의 확실하고, 아계유고의 초본인 점을 높게 평가해 2017년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최근 아계 이산해 기성록 초고본은 소유주이자 관리자인 A 씨가 성남으로 이사를 가면서 소재지가 대전 중구에서 성남으로 변경됐다.

자연스럽게 시 유형문화재 목록에서 지워졌다. 전국적으로 유형 문화재 소유주의 이사로 지정 해제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흔하지 않은 경우고 대전에서는 처음이다.

시는 아계 이산해 기성록 초고본의 시 유형 문화재 해제를 막기 위해 A 씨에게 대전시립 박물관 기증 등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문화재청에 도움까지 요구했지만,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소유주 거주지 변경에 따른 유형 문화재 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아계 이산해 기성록 초고본이 경기도에 유형 문화재로 신청하지 않을 경우다.

소재지 변경에 따른 유형 문화재 신청 변경 절차는 우선 기존 소재 지방 자치 단체에 해제 신청을 해야 하는데 6개월 가량이 소요되고, 이후 새로운 소재지 지자체에 다시 유형 문화재 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관련 절차에 따라 지정 조사와 별도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소재지 변경에 따른 유형 문화재 해제에서 다시 지정까지 적어도 1년 늦어도 1년 6개월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해제와 재지정 등에 행정력이 소비되고, 소유주의 번거로움으로 재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제와 재지정 과정에서 유형 문화재 소유주가 전문적으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훼손까지 우려돼 역사적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결국 유형 문화재의 소재지에 따라 지역 유형 문화재 해제와 재지정 등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지자체 간 유형 문화재 확보 싸움이 아니라 번거로운 절차로 유형 문화재가 역사적 가치를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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