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수해 농민'4대강 탓'vs당국'농민탓'

▲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 수해의 원인 제공 논란을 빚고 있는 수문 주변에는 가물막이가 설치된 가운데 양수기를 동원해 고인 물을 퍼내고 있다

[ 시티저널 이동우 `양해석`최웅 기자 ]“4대강 때문이다 아니다 싸우지 말고 우리는 희망이 없으니 같이 죽자”

지난 14일 충남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 수해 현장을 찾은 청와대 관계자의 손목을 낚아 챈 70대 농민은 “정부가 벌여놓은 4대강 사업에 때문에 모든 것이 쓸려갔으니 이번 사업을 기획한 당신과 우리 손잡고 강물에 빠져 죽자”고 절규했다.

단 사흘간 468mm의 폭우가 쏟아지면 온 천지가 물바다로 변했던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에 기자가 찾았을 때는 이미 물이 빠지고 흙먼지를 하얗게 뒤집어 쓴 딸기 묘목들만이 앙상한 상흔을 들어내고 있었다.

70대로 보이는 한 노인은 토사가 빌려 들어 이미 쓸모없게 된 딸기 묘목 중 혹시 건질만한 묘목을 살려볼 요량으로 소독약이 섞인 물을 뿌리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반백년 할아버지와 해로하며 허리 굽은 부인 역시 남편의 부질없는 짓을 그저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뿐이다.

70대 농부 청와대 직원에 같이 죽자 절규
▲ 14일 방문한 청와대 직원에게 '같이 죽자'고 절규한 70대 노인 수해의 원인이란 논란을 빚고 있는 4대강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일손을 놓은 할아버지는 기자를 향해 “어제 청와대에서 사람들이 내려왔다”며 “내가 같은 죽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논산에서 가장 큰 홍수가 난 것은 지난 87년 680mm의 비가 내렸을 때도 여기는 침수되지 않았다”며 “당시에 피해는 침수가 아니라 제방이 붕괴되면서 발생했던 것”이라고 술회했다.

노인은 “4대강 공사를 하면서 멀쩡한 물문을 없애고 공사를 한다며 둑을 높였지만 물문 장비가 완비가 구비가 되지 않으면서 이런 피해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피해 보상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4대강 때문에 이런 수해가 발생했다고 인정만 하더라도 덜 억울할 것”이라며 “내일 논산시청 직원들이 자원 봉사를 온다는데 그 사람들 얼굴 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농작물 피해 보상 없으면 죽으란 말이냐
▲ 인터뷰를 지켜보던 한 여성 농민이 농작물 피해 보상이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어찌 살란 말이냐'고 항의하고 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 역시 기자에게‘뭐하는 분이냐며’말을 걸었다. 이 아주머니 역시 이번 수해는 ‘4대강 공사’때문이라고 확신하는 눈치였다.

특히 정부가 논산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더라도 ‘농작물’피해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점에 대해 “농민은 어쩌란 말이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머니의 걱정은 끝이 없었다.4대강 사업으로 하천 인근의 땅들이 득달같이 뛰면서 땅값에 대비해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닥친 수해였기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는 이곳도 땅 부쳐 먹을 만 했었다”며“그때는 땅값이 저렴했지만 4대강 사업이 알려진 후 임대료도 오르고 큰 지주들은 모두 팔고 나간 상태”라며 “이제 몇 명만 남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졌다”고 탄식했다.

논산시청 ‘4대강 때문이 아니다’

농민들의 주장과는 달리 논산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해를 입은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논산시청 관계자는 “200년만의 경우에 수를 대비한 공사로 둑 높이기와 강 준설을 병행했다”며 “당시 수위는 1.6m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농경지 침수시 6시간 이내에 배수를 완료하게 되어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폭우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며 “특히 시설 작물의 경우 잠깐 동안만 물에 잠겨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이런 수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논산시는 배수장 관리 주최인 농어촌 공사측에 배수장 용량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이며 농민들이 주장하는 수문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수마가 휩쓸고간 비닐 하우스에는 폐물이 된 토마토만이 말라죽어가고 있다.

시공사 우리도 피해자

문제의 개척리 주변 강변 4대강 공사를 담당하는 한림건설 관계자는 농민들의 주장을 생떼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에는 수동과 자동으로 개폐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며 “요구가 있으면 개척리 수문을 전동장치를 이용해 열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그는 “개척리 수문에서 500여 미터 위에 있는 서당 배수장 근처의 수문을 개방해 달라는 요구에 따라 수문을 열었다가 3번이나 역류하면서 곤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4대강 공사와는 관련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농민들이 우리 탓을
▲ 이번 홍수에 제역활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충남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 배수장
하고 있다”며 “우리도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농민들의 분위기가 진정되기 전에는 현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공사 ‘일부 인정 그러나 농민탓’ 

논산시와 시공사가 이번 수해와 4대강 공사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막상 개척리 배수장을 담당하는 농어촌 공사 측 관계자들은 수해 원인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4대강 사업’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논농사를 포기하고 비닐하우스  농업으로 바꾼 농민탓이라는 입장이다.

농어촌 공사측은 “문제의 배수장은 지난 83년에 건설됐고 당시에는 논농사를 기준으로 설계됐다”며 “이후 논농사가 줄었고 현재는 80%이상이 비닐하우스로 변하면서 담수력이 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농어촌 공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점은 일부 인정을 하지만 자신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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