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한국커피문화협회 사무처장] 현대인에게 ‘식후 커피’라는 말은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 관세청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커피의 수입량은 10.7%가 증가하여 15만 9천 톤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국제 커피 협회(ICO)의 ’17년 1월 발표 자료(‘15.10월∼’16.9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2년 이후 꾸준히 커피 수입이 증가하여 EU,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알제리에 이어 커피 수입 7위 국가’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수입하는 양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커피의 수요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음료로 자리 잡은 커피는 누가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하였을까? 사실 커피를 최초로 먹어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은 커피의 시원지가 어느 국가인지를 밝혀내고, 역사적 기록물 등을 통해 커피가 탄생한 시기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로 밝혀져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에티오피아와 인접한 국가인 예멘은 서로 본인의 국가가 커피의 원산지임을 관철시키고자 논쟁을 벌였다. 결과적으로는 에티오피아에서 아라비카 커피의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에티오피아가 원산지로 밝혀졌고, 예멘은 야생에서 자라던 커피를 본국으로 들여와 세계 최초로 커피재배를 시작한 국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커피나무가 언제부터 에티오피아의 야생에서 자라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홍해를 건너 이슬람 국가인 예멘으로 건너가게 된 시기는 제법 구체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그 시기는 바로 6세기이다. 당시 국력이 강했던 고대 에티오피아인들은 525년경 아라비아반도의 서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시바 왕국(오늘날 예멘지역)을 침공하여 통치하였다. 이 시기에 커피를 먹어본 사람들이 커피의 효능을 발견하게 되었고, 점차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커피나무를 예멘으로 옮겨 심어서 대대적으로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처음에 커피를 현재 우리가 즐기는 음료가 아닌 식량으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의 고지대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오로모족은 커피생두를 곱게 빻아 동물성 기름과 함께 골프공 크기로 동그랗게 뭉쳐서 먹었다고 한다.

이 음식은 부족의 이동이나 비상시 식량으로 활용되었고, 다른 국가와의 전투에 나가기 전 한입 베어 물고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커피가 지닌 영양성분과 동물성 기름이 합쳐져 든든한 에너지원이 되었고, 게다가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까지 더해졌으니 이만한 전쟁 식량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도 오로모족의 주거지에서는 커피체리의 과육을 벗기거나 로스팅하지 않고 그대로 건조시켜 동물성 기름과 함께 볶아내어 관광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커피의 또 다른 활용은 커피 죽과 커피 발효주이다. 아프리카의 북동쪽에 살고 있는 한 부족은 커피 생두를 빻은 가루에 옥수수 가루를 넣고 죽처럼 끓여서 먹었다고 한다. 또한 커피열매와 커피나무의 잎을 발효시켜 발효주를 만들어 먹었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커피는 오늘날 우리가 음용하는 형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커피를 음료의 형태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스튜어트 리 앨런이 집필한「커피 견문록」에 잘 말린 커피 잎을 끓여서 그 성분을 우려내어 차의 형태로 음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면 커피 생두를 로스팅하여 마시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는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와 인접한 국가인 시리아에서 15~16세기 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로스팅 도구들이 발견되면서 1500년대 전후에 로스팅이 시작되었다고 가늠해볼 수 있다.

커피의 시작이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커피가 주는 피로를 풀어주고 힘이 나게 하는 효과는 전 세계의 인류를 지속적으로 매혹시켜 단순한 음료로서의 가치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였다. 커피 한잔을 통해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잠시 동안이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커피가 우리에게 선사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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