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형숙 보문중학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 성형숙 보문중학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 대전성모의 집은 대전 동구 삼성동 노인복지 회관(구, 삼성동 주민센터 옆) 2층에 있는 가건물이다.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는 이곳을 동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노숙인과 노인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을 공경하고 무료급식 봉사에 힘쓰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진심으로 존경하는 바이다. 각박한 현시대에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훈훈한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모의 집이 운영되는 동안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때로는 학교에 난입해서 학생들과 충돌하기도 했고, 학교건물 처마 밑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기거하는 사람도 있었고, 술에 취해서 행패부리거나 학교건물 처마 밑에 노상방뇨도 하는 사람도 있었고, 학생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학교 측에서는 숭고한 뜻을 이해하였기에 성모의 집에 한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성모의집 이전을 추진하면서 보문중·고와 학부모들에게 보인 여러 가지 모습들은 도저희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첫째,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부지를 매입할 때는 건축물의 용도도 밝히지 않은 채 매입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갑자기 무료급식소로 용도가 변경되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변경되었는지, 왜 학교 측에는 비밀로 추진하였는지 의문이다. 이에 대한 속시원한 해명이 필요하다.

둘째, 대전시에서 받은 9억 7천만 원이라는 교부금 사용문제이다. 교부금을 받았으니 어떻게든지 집행하려는 생각에서 갑자기 성모의 집 부지를 마련하고 일을 추진하다 보니 무리수가 생긴 것이다. 학교와 맞붙여 무료급식소를 세우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고, 학교나 학생, 학부모의 의견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추진하는 것이니까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구시대의 작태이다.

셋째, 급식을 위해 음식을 만들면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냄새는 창문을 통해 교실로 들어오기 마련이다. 한창 식욕이 왕성한 아이들에게 음식 냄새는 수업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냄새로 인한 피해가 없게 하겠다는 말은 현실적인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식한 발상이다.

넷째, 하루에 무료 급식을 하는 사람은 약 200여 명이라고 한다. 그동안 성모의 집에서 급식하는 모습을 보면 1시간 내지 2시간 전부터 급식소 앞에 줄을 서거나 앉아서 기다린다. 대부분 일상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때로는 술을 마시거나 다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복지회 측에서는 이 사람들을 건물 안으로 들여놓아 보이지 않게 하겠다고 하지만 50평 남짓한 공간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인원이다. 결국 학교의 복도 쪽 느티나무 그늘에서 기다릴 터인데 그 모습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성모의 집은 독거노인 분들에게 1일 1식으로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시설임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데, 현재 성모의 집 이용자 중 일부는 정상적인 사회활동의 의지가 없고 사회적으로 동화하지 못하는 노숙인들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성모의 집 홈페이지에도 안내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여섯째, 급식소 운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절대 없게 하겠다는 주장도 모순이 있다. 이미 전에도 있었던 일인데 만약 한 사람이라도 학교에 난입해 문제를 일으킨다면 누가 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좋은 일, 성스러운 일, 거룩한 일은 마땅히 해야 하며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기에 대전성모의 집을 운영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그 대상이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부디 봉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우리의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게 되기를 기원한다.

보문중학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성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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