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 모 씨(만 39세)는 지난해 국가에서 나온 자궁경부암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다. 직장생활이 바쁘고 가사에 육아까지 책임지다 보니 검진 시기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직장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은 받은 터라 조금은 안심했다. 노은동에 사는 전업 주부 박 모 씨(만 43세)는 요 몇 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 지난해 국가에서 건강검진 표가 나온 것 같은데 남편 뒷바라지하고 아이들 챙기다 보니 자신의 일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요즘 들어 몸이 부쩍 늘어지고 쉬 피곤해져 조금 걱정은 되지만 병원에 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위상이 높아지고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사회와 직장, 가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30, 40대 여성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 이와 병행하는 직장생활 등으로 정작 자신의 건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종합검진센터 대전·충남지부 송인숙원장을 통해 자세한 내용 살펴보자.

육아·가사노동·직장생활에 떠밀려 건강은 뒷전
이처럼 30대, 40대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노동, 혹은 직장생활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자신의 건강관리에는 소홀하기 십상이다. 일례로, 우리나라 성인 2명 중 1명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가운데 30대 여성들의 수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에서 공개한 ‘201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건강검진 수진율(최근 2년 동안 건강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은 분율) 중 30대 남성의 수진율은 56.9%에 달하는 반면, 30대 여성의 수진율은 35.2%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스트레스 심하고 건강검진조차 소홀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하는 30, 40대 전업주부들은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보다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결과가 있다.

2009년 ‘한국아동패널 2차년도’ 자료를 바탕으로 생후 18개월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 1,8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전업주부가 직장에 다니는 기혼 여성에 비해 양육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우울증의 정도가 더 심했다.

육아와 가사노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는 가운데, 특별한 변화 없이 반복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사회생활에 도태되는 건 아닌지 하는 조바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단조롭고 일상적인 주부의 생활환경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흔한 증세로 간주돼 경고증상이 무시되기 일쑤인 데다, 또 대부분 직장인이 1년 혹은 2년마다 직장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달리, 전업주부들은 이 같은 정기 검진 체계에서도 사실상 소외돼 있다.

국가 건강검진 대상이 되더라도 육아와 가사로 바쁘거나 무료 건강검진의 효과를 불신해 응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직장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후속 조치가 있으나, 전업주부의 경우는 이를 강제하는 제도가 없다.

한편,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라고 해서 전업주부와 별반 다른 건 없다. 직장생활 외에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여성의 몫인 경우가 태반이고, 특히 슈퍼맘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생활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슈퍼맘은 예상이 빗나갈 경우 더 많은 낙담과 좌절을 느끼기 쉽다. 이럴 경우,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 쫓겨 자신의 건강은 더욱 소홀하기 십상이다.

30세부터 건강검진 시작,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
육아와 출산에 가사노동, 직장생활까지 도맡고 있는 30, 40대 여성들이야말로 건강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우므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건강검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은 자신의 건강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30대부터는 국가에서 하는 건강검진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궁경부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등의 암 질환과 고혈압, 당뇨, 심장병, 갑상선 질환 등은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대표 질병이다. 다만, 국가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에만 의존하기보다 30세부터 건강검진 계획을 미리 세워 관리를 시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30세부터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35세 이상이 되면 2년에 한 번은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40세 이상의 여성은 매년 병원을 찾아 각종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지방과 탄수화물, 당류 섭취는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며,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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