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하는 영화 <볼쇼이 스페셜 갈라>는 조금 특별하다. 2011년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공연의 실황을 담은 영상이기 때문이다. 2010년 9월 예술의 전당에서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국립 발레단과 볼쇼이 발레단의 솔리스트 (주역 무용수)들이 <라이몬다>를 공연한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러시아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러시아의 자존심, 볼쇼이의 화려한 부활

지난 8일 웅장한 개막식을 기점으로 소치 동계올림픽이 시작되었다. 개막식의 일부로 러시안 알파벳을 소개하며 각 알파벳으로 시작하고 러시아를 상징하는 단어를 하나씩 순서대로 나열하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주기율표를 창안하고 로켓을 쏘아올린 러시아 과학기술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비롯한 문호와 말레비치와 칸딘스키, 샤갈 등의 화가 등을 배출했다는 러시아인들의 문화적 자부심과 예술에 대한 애정이 정점에 달한 코너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오페라 발레의 중심지로써, 올림픽 개막식 영상에 й에는 차이코프스키를, Р에는 러시안 발레를 배치할 수 있게 한 주역인 볼쇼이 극장은 6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2011년 10월 갈라쇼를 선보인 바 있다. 1776년 건립된 이래 세 번의 화재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붕괴될 위험에 처했던 볼쇼이 극장이, 국제 사회의 후원으로 시설을 정비하고 제정 러시아 시대의 화려한 금빛 모습으로 재탄생하여 다시 문을 열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최고의 지휘자로 칭송받는 바실리 시나이스키가 지휘봉을 잡고 최고 수준의 합창단, 오케스트라,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를 비롯한 볼쇼이 발레단과 안젤라 게오르규 등 유수의 소프라노가 출연하여 발레 <신데렐라>, <백조의 호수>, <돈 키호테> 등과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수도원에서의 약혼> 등에 나오는 주옥같은 명장면으로 구성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또한 공연 사이에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어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클래식 공연에 재미를 더한다. 스크린, 영상 등을 활용해 볼쇼이 극장의 역사를 그려내거나 커튼콜 뒤 무용수들과 스태프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꾸미기 위해 뒤에서 준비하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관객들이 알지 못하는 것으로, 막 뒤에 숨어들어 엿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또한 소프라노 비올레타 우르마나가 오페라 <오를레앙의 소녀> 중 ‘잔 다르크의 아리아’를 부르는 것에 맞춰 배경으로 내걸린 그림에 하나씩 색이 입혀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피날레 직전에는 발레 <돈 키호테> 중 ‘사랑의 무곡’에 맞춰 볼쇼이 극장의 좌석 안내원들이 꽃바구니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소속된 예술가들 외에 좌석 안내원들 역시 볼쇼이의 자랑스러운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내비치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나라, 러시아

볼쇼이의 역사나 배우를 조명하는 4가지의 특별 무대 외의 18개의 공연에 쓰인 음악 중 루드비히 밍쿠스의 발레 <돈 키호테>를 제외한 나머지가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보로딘 등 모두 러시아 출신 음악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개막식에 내놓은, 예술에 대한 러시아의 애정과 자부심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끔 한다. 러시아가 피겨 스케이팅과 리듬체조에서 워낙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러시아의 특색 있는 클래식 음악이 유명하다보니, 경기에 쓰일 음악으로 클래식을 주로 선곡하고 발레에서 안무의 기초를 빌려온 두 스포츠에서는 러시아 음악가들의 음악이 자주 쓰인다. 이번 볼쇼이 스페셜 갈라쇼에 쓰인 음악 중에서도 <스파르타쿠스>, <돈 키호테>, <파리의 불꽃> 등 피겨 스케이팅과 리듬체조에서 친숙한 작품과 작곡가의 이름이 상당수 보일 정도다.

음악과 발레뿐만 아니라 기술과 더불어 높은 예술성을 요하는 (특히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은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스포츠들에서도 예술에 출중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곳곳에 퍼져 있어 러시아에 ‘아름다움의 나라’라는 칭호를 붙여줄 만하다. 이러한 러시아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105분 동안 눈 앞에서 황홀하게 펼쳐질 이 특별한 갈라쇼는 볼쇼이 극장의 규모감과 무대를 다각도에서 담아내는 카메라 속에서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으며, <볼쇼이 스페셜 갈라>라는 이름으로 그린나래미디어(주)에서 수입 및 배급하여 메가박스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쉽게 접하기 힘든 공연의 실황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볼쇼이 스페셜 갈라>는 클래식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국내의 일반 관객들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씨즈온 컬처프레스 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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