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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 '새 대전을 위한 5대 가치론'
2013년 12월 18일  10:43:41 정용기 대덕구청장 news@gocj.net

   
 
[ 정용기 대덕구청장 ]지방자치 2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2014년 지방선거를 맞아 시민들이 나서서 그동안의 선거행태를 돌아보고 새로운 발전적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동안의 선거에서는 특정 정파 및 특정인에 대한 바람의 유무에 따라 선거결과가 결정됐다. 다시 말해 정당이나 후보가 지향하는 우선 가치가 무엇인지 또 그에 따라 어떤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바람이 부는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출마하고 투표했다는 말이다.

2014년 선거에서는 이런 후진적 행태를 끝내야 한다. 후보자가 어떤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사람인지 그에 따라 그가 정책결정자가 되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이며 그 결과 나와 내 가족의 삶(Lifestyles)은 어떻게 달라질지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살펴보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이런 뜻에서 필자가 우선적으로 지향하는 5가지 가치를 밝힌다. 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해야 하는 다양한 정책 사업이 필자의 공약으로 나타날 것이다.

새 대전을 위한 5대 가치 중 첫째는 투명성이다.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일 것이다. 일찍이 2500여 년 전 공자는 군사와 식량은 없어도 되지만 백성의 신뢰를 잃으면 국가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운영상황을 대체로 보면 투명경영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었다. 험난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그저 살아남고, 출세하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가치관이 지배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절대적이었던 탓도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성공하려면 앞에 가는 사람의 발을 걸고, 뒤통수를 치고, 말을 바꾸고, 정당을 바꾸는 등 비열한 행태를 보여야만 생존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또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그 지위를 이용해 탐욕과 반칙, 특권 휘두르기를 일삼았고 이를 통해 얻은 부와 특권을 다시 2세에게 탈법적으로 물려주는 데 혈안이 되더라도 ‘그저 힘 있는 사람들의 생리려니’ 하며 합리화하는 모습도 일반화됐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볼 때 아무리 노력해도 ‘아버지 잘 만난 사람’을 앞지를 수 없는 사회적 구조라면 그 사회는 역동성을 상실할 것이고 그 사회의 젊은이들은 좌절감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리면서 사회체제를 부정하게 되지 않겠는가.

가능성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투명경영이다. 이는 단지 공직사회의 청렴을 넘어 정치의 본질적 기능인 ‘권위적 가치배분(David Easton)’을 제대로 하자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대전시는 어떠한가. 실무선에서의 청렴과 투명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은 참으로 불투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의회와 언론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봐도 뿌연 안갯속에서 무슨 일이 이루어지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특히 민선5기 대전시 운영을 투명성 면에서 평가한다면 가장 큰 문제는 시와 언론기관 및 의회와의 관계다. 집행부와 언론 및 의회와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긴장관계가 정상이다. 언론과 의회는 기본적으로 행정기관을 비판, 견제, 감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집행부와 하나 된 모습 속에서 어떻게 투명경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투명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글로벌스탠더드 수준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앞에서 지적한 공동체 통합을 위해서도,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사회복지비용의 사회적 분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도, 통일과정 및 통일 이후의 비용 조달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투명성이다.

지금까지는 과정이 어찌 됐든 일단 이기기만 하면, 또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들이 대전과 우리 사회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지역을 경영하는 모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대전을 경영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전경영의 새로운 로컬경영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전 시민 모두가 될 수 있는 가칭 ‘투명경영 주주총회’를 만들고 일정 조건이 되는 사람들로 가칭 ‘투명경영 이사회’를 만들어 의회와 별개로 대전시의 정책 결정, 집행, 평가과정에 시민이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과거 시장 후보 주변에 이름만 달리해 만들어졌던 각종 포럼이 선거 이후 논공행상의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했던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 왔다. 그런 부류의 포럼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인 ‘투명경영 이사회’는 일체의 논공행상적인 자리를 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시스템과 시장의 투명경영 의지를 결합, 새로운 경영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시민을 위한 시민의 시정을 이루어내고 글로컬 시대에 세계의 다른 로컬들이 우리 대전의 로컬경영모델을 배우러 대전을 찾게 될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과학의 산업화·사업화이다.

대전은 연구단지가 조성된 이래 과학도시로 그 상징성을 대표하고 있다. 2013년 대덕특구 40주년을 맞아 그 명과 암에 대한 각계의 분석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대덕특구가 우리나라 과학의 산실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동안 연구 성과인 과학기술이 산업화·사업화되는 비율이 매우 낮아 대전·충청지역의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확인됐다.

연구는 우리 대전에서 이뤄지지만, 산업화나 사업화는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는 현상이 지속된 것이다.

외국의 연구단지와 비교해보면 여실히 그 차이점이 드러난다. 주변국인 대만에는 지난 1976년부터 개발된 신주(新竹) 과학단지가 있다. 대덕특구와 비슷한 1970년대 문을 연 이 단지에는 현재 480여 개 기업이 입주해 15만 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고 이들 기업이 연간 올리는 매출은 2012년을 기준으로 38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매출규모가 대덕특구 내 기업들의 두 배 이상이고 인력 고용규모는 대덕특구의 세배에 달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옛 동독의 공업도시이자 공해 지역의 대명사였던 드레스덴은 통일 이후인 1990년 19개 국책 연구소를 입주시켜 첨단기술의 산실로 탈바꿈했다. 이 연구소들의 연구 성과가 곧바로 산업화로 이어져 이 단지 내에 1920개의 기업이 4만 3000명을 고용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 덕분에 드레스덴이 속해 있는 작센주는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경제 성장률(2.8%)이 독일 전체의 경제성장률(1.2%)의 2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도 대덕특구가 지역 경제의 동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대덕연구단지의 연구 성과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역내에서 산업화·사업화 할 수 있도록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지원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로현상을 보이고 있는 과학특구에 새롭고 신선한 피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이와 연계한 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의 조속한 추진이 절실하다. 엑스포과학공원 부지 일부의 무상사용 문제로 MB정부 때와 같이 또 허송세월로 시간을 보낸다면 교통중심도시, 과학도시라는 대전의 대표 경쟁력이 약해져 장기침체에 빠지게 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도 엄청난 큰 손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과 관련한 각종 논란이 있지만 최우선 판단 기준은 빠른 사업추진이다.

셋째,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다.

고도성장시대가 끝나고 저성장시대로 접어들고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더는 빠른 속도로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적 성취보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건강에 최우선적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바꿔나가는 캠페인을 벌이고 행·재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시민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활체육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하며 모든 시민이 생활체육에 참여토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야간생활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너무나 많은 시대에 사는 우리는 각종 재난재해, 범죄, 사고, 질병 등으로부터 시민 생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생활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의식을 함양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상시적 진단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건강하고 안전한 대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생학습과 도시농업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가정이라는 가치이다.

앞에서 언급한 건강, 안전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직장생활과 사회생활보다 자신의 가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60대 이상의 세대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가정보다는 직장을, 휴가나 휴식보다는 일을 우선하며 살아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결과 자녀세대와의 단절, 황혼이혼 등 개인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자란 40대의 경우에서 나타나는 최근의 가족단위 캠핑 열풍은 선배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반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우리 사회가 선진국의 라이프스타일로 진입하는 징표로도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연가를 비롯한 각종 휴가가 철저히 지켜지며 휴가와 휴일에 우리처럼 특근하거나 직장동료와의 행사에 참여하는 일은 생각할 수 없다.

특히나 평일 근무시간 이후에 야근과 회식으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우리 사회도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식의 모델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이룰 수 없다. 노동시간은 가장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가장 낮은 모델은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가족과 함께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휴식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문화 및 생활체육, 도시농업, 평생학습 등 다양한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역시 지방정부가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가치다.

다섯째, 동행(同幸): 균형발전과 복지라는 가치다.

어떠한 공동체도 구성원 간 극심한 격차가 존재한다면 공동체가 안정되고 평화로울 수 없다. 심지어는 가족구성원 간에도 극단적 불평등과 차별이 존재한다면 균열이 생기지 않겠는가.

사회적으로 볼 때 배우고 가지고 힘 있는 사람들끼리의 세상이 존재하거나 지속 가능할 수 있겠는가. 약하고 힘들고 짐 진 사람들을 손잡아 일으켜 함께 가는, ‘더불어 함께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적 복지, 세금과 재정에만 의존하는 복지를 넘어서 대전이라고 하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나눔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가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상시적 나눔이 살아있는 대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원도심 활성화 문제나 동·서 간 격차해소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벤트성으로 스카이로드를 조성하고 시민대학을 만들어 점심값을 쓰게 하는 등의 단견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정답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와서 돈을 쓰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옛 충남도청사와 옛 충남지방경찰청사, 현 중구청사를 연계한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복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추후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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