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쌀쌀한 늦가을 날씨를 넘어 어느덧 한파가 기승하는 초겨울, 마치 겨울의 한 가운데 있는 듯 추운 날들이 돌아왔다.

▲ 국립대전현충원 오희석씨.
국립대전현충원 묘역도 금잔디로 옷을 갈아입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어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행여 아들이 추울까봐 비석에 스웨터를 입혀 주는 모정에 바람도 차마 그 곳을 지나지 못한다.

비록 아들은 떠났지만 지척에 두고 자주 올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어머니는 애써 웃음짓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의 시린 가슴이 겨울 바람에 나부낀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낯선 나라 대한민국으로 와서 목숨을 바치고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국 땅에 묻힌 UN군 전사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11월 11일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묻혀 버렸었다. 아마도 6·25전쟁에 참전한 UN군 전사자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부산을 향하여'라는 추모의 날이 올해로 7회를 맞이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랐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 11월 11일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기념일로 지정해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 대한 희생과 헌신에 대하여 감사하며 그들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긴다.

미국에서도 '제대군인의 날'로 기념해 참전군인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하여 추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이날을 기념해 UN참전군인에 대한 추모의 날을 갖는 날이 바로 이날이다.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행사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한국전에서 종횡무진했던 캐나다의 한국군참전협회장 '빈센트 커트니'씨가 제안해 전세계의 행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는 2007년 UN참전군인 6·25전쟁참전자들이 잠들어 있는 세계 유일의 UN군묘지인 부산UN기념공원을 향하여 부산 현지 시간에 맞추어 전 세계인이 모두 같은 시간에 그들의 희생을 고마워하며 진심어린 추모 행사를 거행하자고 제안했고, 이로 인해 '부산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부산뿐만 아니라 미국 및 영연방 4개국 등 8개국에서 매년 한국시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일제히 부산을 바라보며 사이렌과 함께 묵념과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북한의 남침 야욕과 강대국의 이익에 맞물려 물리적 힘에 의해 남북으로 나뉘는 비운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었으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목숨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전쟁발발이후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도 많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 또한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런 고통을 나누고자 전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6.25전쟁 기간 동안 21개국과 190여만명의 UN참전군이 낯선땅 한국을 향하여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고자 먼길을 날아 참전했다. 그들은 전쟁 전에는 이름조차 들어보지도 못했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머나먼 길을 건너 와 총알이 빗발치는 참혹한 전쟁터에 뛰어든 것이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매년 UN참전용사들에 대한 재방한 행사를 갖는다. 그들은 6.25전쟁이 끝나고 한국을 떠날 때 전쟁으로 인해 참혹하게 파괴되어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는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십년 만에 한국을 다시찾은 그들은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며 그때의 희생과 고통은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한다.

반세기가 훌쩍 넘어 그 때의 앳된 병사들은 이제 80대 노병이 되었지만 그들의 눈빛만큼은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빛났다. '여기가 바로 그때 그 한국이라고..'

우리는 그 분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한다. 정전이후 60년을 맞이하는 현재, 아직도 이 전쟁은 끊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기에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낯선나라에 참전해 고귀하게 희생하신 UN참전군인들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받쳐 싸운 우리국군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이 땅에서 또다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호국정신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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