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숭동의 세상 돋보기 ② ] 다문화가정에 대해 이보다 더 감동적인 홍보 수단이 있을까. 영화 '완득이' 말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환경에, 공부도 못하는 문제아 완득이는 자신의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생존 여부조차 알 수 없던 엄마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사실에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을 사춘기 소년이 몇이나 될까.

▲ 한숭동 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하지만 완득이는 피부색보다는, 엄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더욱 고맙고 소중했다. 그래서 자신을 생각하고 찾아 준 엄마와 장애를 가진 아빠 사이에서 가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완득이 엄마로 출연한 이자스민은 지금 국회의원이 됐다.

'완득이'보다 한해 앞서 개봉한 '방가?방가!' 역시 우리 사회 속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영화다.

'방가?방가!'는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온갖 갈등의 전시장이다. 한국 사회의 심각한 청년실업난과 동시에 극심한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현실이 겹친다. 취업과 구인란의 부조화 속에, 그 공백을 외국인 근로자가 대신 채움으로써 이 나라의 산업이 굴러간다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인격과 정당한 노동권을 수시로 침해받으며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성차별과 성희롱에 노출된 여성근로자들은 이 사회의 주류로부터 변두리로 밀려난 '을'의 인생이다.

우리 사회에 다문화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10년 전, 코미디 프로그램의 '블랑카'라는 캐릭터였다.

"사장님 나빠요, 뭡니까 이게"라는 '블랑카'의 외침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중 잣대를 절감케 하는 짧지만, 분명하고 강렬한 항변이었다.

다문화가정은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 사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150만 명에 이른다. 2040년에는 전체인구의 10%인 이주외국인 500만 명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는 전국에 현재 약 30만 명, 다문화 자녀는 15만 명 정도다. 대전은 결혼이민자 6000명, 다문화가정 자녀가 약 3000명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로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다. 초·중·고교의 학령인구는 연평균 약 22만 명이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 학생 수는 매년 약 6000명 이상 증가한다.

현재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학생이 5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학생의 1%에 육박하는 숫자인데다 매년 평균 20% 늘어나고 있어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다양한 공교육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교육 당국의 다문화 교육정책은 아직 허술하다. 10년 전 '블랑카'의 시대에는 못된 사장님만 있었지만, 오늘날 '방가'의 시대에는 못된 사장님, 못된 학생들, 못된 이웃들이 모두 함께 있다.

지금 우리 사회 속의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 소외, 따돌림은 앞으로 우리가 모두 부담해야 할 교육과 사회갈등 해소의 중요한 요인이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는 다문화교육부터...

지난해 대전시 교육청은 직업훈련학교와 공립 대안학교를 동시에 담는 '대전용문학교'를 추진하려다 전면 백지화했다. 당시 박범계 국회의원은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망각한 점, 용문동이라는 힘없고 작은 동네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준 점은 교육을 책임지는 대전시 교육청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대전교육청만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공립형 대안교육기관이 없다. 공립 대안학교 형태는 효율적인 다문화 가족의 자녀교육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문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교육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저 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 소중한 동반자이자 미래의 자산이다. 다문화 사회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은 바로 교육에서 시작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문화교육은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줄이고, 서로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잘 살아가는 지름길이다.

관점을 달리해 보면, 오히려 다문화가정 학생이 세계 인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이미 2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는 교육 소수자라는 그늘만 벗겨주면, 준비된 인재에 가깝다. 다문화 사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다.

영화 '완득이' 속의 '똥주'선생은 특별하다.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것은, 그냥 그대로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똥주'선생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에 당연히 가져야 하는 관심과 사랑을 에둘러 표현했다.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미래의 이야기이자, 바로 오늘 우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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