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신형의 시사 IN ③] NLL 포기냐, 아니냐의 논란에서 NLL대화록 증발이라는 정국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여당과 야당 대표는 ‘NLL 정국 끝’이라고 선언 했지만 대화록 원본 파일 증발은 국제적으로 보통망신이 아니고 개망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기록을 담은 ‘e지원(智圓)’시스템을 국가기록원에 넘겼지만 현재까지 해당 파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파일 증발의 책임이 서로 없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 책임이 막중해 보인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록물 관리가 이 정도밖에 안되었던가 하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아직은 어느 선에서 대화록이 실종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국가기록원도 매우 각성할일이다. 국회에서 결정해서 열람하는데 검색기술이 고작 그 정도인가? 'e지원'이 온지가 언제인데 무슨 내용인지 목록화도 안 돼있다는 말인가? 스마트폰 3천만대 이용, IT 최강 국가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 사건은 정쟁을 넘어 국민적 기만이기에 엄중한 검찰조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대통령과 측근들이 정권말기에 불리한건 다 지워놓거나 자료를 빼돌려도 정치적으로 야합해 해결할 것인가? 적어도 왕권시대에도 이러지는 않았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사초의 증발’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은 대화록의 내용보다 더 극명하게 밝혀야 할 과제이다. 역사는 사실에 근거해서 진실을 기록해야 하는데 그 사실 자체를 없애고 진실이 규명될 수는 없다. 사초 증발에 대해 정치권은 당장 국민들이 납득할만하게 법적 원칙하에 조사 및 처벌을 받도록 즉각 검찰에 수사의뢰를 해야 하며 검찰에서도 이 사실을 안 이상 수사팀을 미리 꾸려야할 것이다. 이러한 범죄는 속성상 재발이 가능하기에 끝까지 추적해 일벌백계하고 법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조사 방법에 대한 논란 등으로 늑장을 부린다면 그 또한 직무유기일 뿐이다.

또한 국정원에 보관중인 정상회담 녹음 파일을 통해 대화록 내용을 공개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문서화해서 국가기록원에 보관토록 해야 한다.

얼마 전 지방 국도에서 한 트럭이 지나가는 행인 중 한명을 치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트럭운전사와 일행인 듯한 노인들이 사고에 대한 다툼만 하고 피해자 응급조치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필자가 지나가다 이 장면을 보고 야단을 치며 즉각 112에 신고하여 처리하였는데 문제의 본질은 피해자 응급조치이지 잘,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NLL 대화록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별개로 따져 국민 앞에 공개하되 우선 사초증발에 대한 수사가 더 시급한 것이라고 본다. 도둑이 집문서를 훔쳐갔는데 문서 내용 얘기는 도둑을 잡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국정원 정치개입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나무로 만든 창과 방패의 연습게임 수준으로 보인다. 지금 시급한 것은 ‘사초 게이트’를 수사시켜야 하는 것이다.

역사는 부정하고 숨긴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는 우리의 숨결과도 같기에 정지시킬 수도 없다. NLL대화록, 아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라는 역사서는 존재해야만 한다.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의 말이 역사를 대변해 준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니 과거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사실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말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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