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전 자산어보의 편대판…맑은 마음과 몸으로 새 봄 만끽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염홍철 대전시장이 3월 5째 주 추천 도서로 소설가 한창훈이 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선정했다.

거문도가 고향이지만 한남대학교을 다녔고, 대전 지역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돼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저자의 체험 산문집이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조선 말기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의 현대판으로 받아 들여도 무방하다.

저자 한창훈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거문도에서 태어나 걸쭉한 남도 입담으로 바다와 섬의 이야기를 우직하고 집요하게 기록해 오고 있다.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지금도 그는 식자 든 사람으로 바다를 구경하고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거문도에서 '주어야독(晝漁夜讀)'하며, 어부들과 해녀들 사이에 섞여 몸으로 바다를 살아내고 있다.

그런 그가 온몸에 문신처럼 새겨진 바다의 기억과 7살 때부터 시작한 '생계형 낚시' 40년의 노하우를 엮어 '21세기형 자산어보'를 완성했다.

한 전국 일간지 지면에 2009년 봄부터 2010년 여름까지 이 책과 같은 재목으로 연재해 보는 이의 가슴을 탁 트이게 했던 원고를 토대로, 신문 지상에서 못다 한 바닷속 숨은 이야기들과 직접 찍은 시원한 바다 사진들을 모아 책 속에 바다를 통째로 담았다.

30종의 '갯것'들을 맛깔나게 먹는 법, 잡는 법, 다루는 법과 함께 바다 사람들의 애틋한 삶의 면면까지 자연스레 녹여낸 이 책은, 바다와 섬, 그에 기대 사는 모든 생명들에 관한 생생한 기록 그 자체다.

특히 우리가 몰랐던 해산물을 맛있게 즐기는 요령과 섬 사람들의 상 차림 역시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실 이것, 말 안 해주고 싶다. 두고두고 나만 먹고 싶다"며 능청을 떨면서도 각 해산물들의 진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궁극의 상차림을 두런두런 털어놓아 읽는 이의 오감을 자극한다.

연분홍 치마가 바람에 날리는 봄 날. 바다를 잊지 못하고, 어느 시절 가슴을 시원하게 적시던 바다의 기억으로 이동하길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 담긴 푸짐한 바다가 차린 푸짐한 상을 받아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염 시장은 "3월이 겨울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달이라면 4월은 본격적인 새봄의 기운이 아우성치듯 번지는 때지만, 춘곤증으로 자칫 입맛과 건강을 잃을 수 있다"며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입맛이 살아나고 막 잡아 올린 생선의 퍼덕거림 같은 강한 생명력과 활력이 전해지는 느낌이다.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새 봄의 혜택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권한다"고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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