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설 홍길동 쓴 허균…선인 여유와 풍류 부러워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염홍철 대전시장이 2월 3째 주 추천 도서로 시대의 반항아이자 '홍길동'의 저자인 허균이 쓴 '숨어사는 즐거움'을 선정했다.

이 책은 허균의 시문집인 '성소부부고'의 부록인 '한정록'을 작가 김원우가 우리 말로 옮기고,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다시 엮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한정록은 허균의 나이 42살 되던 광해군 2년 명나라에 파견되는 천주사가 됐지만 병을 얻는 바람에 맡지 못하고, 그 대신 휴가를 받아 틈틈히 중국 고서들을 보며 요양을 하면서 예전 선비들의 글을 추린 허균의 독서 노트다.

동양의 유구한 역사에 나타난 유명 인물과 저서들 가운데 동양적 사고의 진수라 할 만한 일화·잠언·성찰들로 이뤄져 있다.

특히 세속을 떠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 가운데 기이한 행적을 남긴 자와 고상한 생활을 한 사람들의 일화 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실제 이 책에 소개된 중국 남북조 시대 시인인 도연명은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히기 싫어 관직을 내팽겨쳤고, 위나라 가경흥이란 사람 역시 늘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내가 너를 저버리지 않았노니, 그것은 고관에게 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노래했다.

저자인 허균은 한정록의 서문에서 '평소 세상일에 급급해 조그만 이해에도 어긋날까 마음이 두려워졌고, 보잘 것 없는 자들의 칭찬이나 비방에도 마음이 요동하는 자신을 안타까이 여겨 옛 문인들의 글을 읽으며 옛날의 어진 이와 자신을 비교해보니 제 어리석음이 얼마나 막중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밝히고 있다.

한정록에 담긴 글 대부분은 벼슬살이에서 물러나 자연과 벗하며 한가로이 지내는 삶의 즐거움이나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것으로 '훗날 숲 아래에서 세상을 버린 선비를 만나게 될 때 이 책을 꺼내 서로 즐겨 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책은 법정 스님이 사랑한 50권의 책으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스님 자신처럼 번잡한 속세를 떠나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행복을 누린 작가로 평소 아끼던 소장 목록에 올라 있다. 스님의 청정한 삶과 뜻을 허균이 읽고 사랑한 책에서 그대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염 시장은 "며칠 전 공무로 출장을 갔다가 아침은 일본에서, 점심은 회의 때문에 서울에서, 저녁은 대전 도청 앞에서 했다. 세상이 편리해졌는지,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지 구분이 안 된다"면서 "이책에서 소개되는 여유와 풍류를 알았던 선인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이 책을 보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책 내용처럼 호젓하고 여유롭게 살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독자들이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찾아 보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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