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대전현충원 행정팀 김봉서
불은 빛과 열을 내는 에너지로서, 인류문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존재위에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불의 발견과 이용에 있었다. 구석기 시대부터 불은 어둠을 밝혀주는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추위와 다른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주고, 음식물 조리와 흙을 빚어 굽거나 쇠붙이를 녹여 가공하는데 이용돼 왔다.

이처럼 널리 문명의 불씨가 되었던 불은 인간에게 여러 가지 상상력의 대상으로서 생명력 또는 창조력의 상징으로, 가지고 있는 무서운 파괴력의 연상으로 흔히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청정한 힘 또는 정화의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렇게 불은 이러한 강한 상징성을 가지고 인간의 정신생활에 까지 깊은 영향을 주어왔으며,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지난해 8월, 나라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그분들의 공훈을 널리 기리기 위해 '호국보훈의 불꽃'이라는 조형물을 서울현충원에 건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장소를 문제 삼으며 예산을 대폭 삭감해 건립계획이 연기됐다. 이에 보훈처에서는 올해 5월 7일부터 27일까지 3주간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건립 장소를 광화문 광장으로 결정하고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건립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건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표류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1년 365일 언제나 나라를 위해 희생․공헌한 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할 수 있는 곳에 조형물이 서 있다.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의 '영원한 불꽃',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의 '꺼지지 않는 불꽃', 프랑스 파리 개선문 광장의 '기억의 불꽃',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의 '꺼지지 않는 불꽃', 이외에도 호주 캔버라 전쟁기념관 내, 이탈리아 로마 베네치아 광장, 네덜란드, 보스니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등 세계 곳곳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있으며, 국민들과 함께 생활을 영유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각국에서는 그 나라의 중심부이자 접근성이 가장 높은 최적의 장소에 호국영령을 기리는 불꽃을 피워 그 분들의 공훈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고 추모하고 있으며, 국민들 또한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일상생활 속에 함께 하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국가안보와 호국보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불꽃의 이름, 디자인, 점화식 행사 등에 많은 국민이 동참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형으로 진행되어 왔고 그 결과 10만 여명의 국민이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한 장소가 광화문 광장이다.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 건국 정부 수립행사와 6․25전쟁 당시 두 차례의 서울 탈환 후 태극기를 게양한 역사적인 장소로 독립운동과 6․25전쟁에서 산화한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할 수 있는 적격의 위치이며, 2002 월드컵 당시 전 국민의 뜨거운 함성과 열정으로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게 한 원동력을 가진 최적의 장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 아이부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모든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중심부인 이곳에 생활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건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라 생각되며, 서울시의 현명한 판단과 신속한 조치를 기대한다.

열렬하고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나라사랑의 불꽃을 지닌 열정적인 대한국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마련되길 기원하며,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영원한 대한민국의 정신적 원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 국민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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