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저널 이명우 기자] 좀 진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진보를 기치로 김대중 정부를 이어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라크에 전투부대를 비롯한 국군을 파병했다.

가정이긴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만일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원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국회에서 ‘파병을 하려면 나를 밟고 가라’고 했을 것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김신일씨의 죽음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파병국 가운데 비교적 일찍 국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켰다.

노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은 국민의 시선에는 쉽게 잡기 어려운 국제적 역학관계에 의한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나 무소속 후보 모두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보간 어느 정책에 더 무게를 주는가 하는 차이는 있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더욱 이상한 것은 여야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을 경제문제의 화두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아는 상식으로는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은 서로 상반된 위치에 있는 주제인데도 이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후보마다 기염을 토하고 있다.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진보성향의 야당이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성장과 분배의 측면에서 분배를 강조하면 경제민주화라는 이슈쪽으로 가깝게 접근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결국 일자리 창출과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무슨 재주로 경제민주화와 일자리창출을 병행할런지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보수진영의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는 성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박근혜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먼저 들고 나왔다. 성장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무슨 다른 비전이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동시에 청년실업을 없애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말도 했다.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문재인 후보 역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결정되자 후보 수락연설 일성이 일자리 창출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일자리 창출에서 말을 조금 바꿔 ‘일자리 혁신’을 하겠다고 한다.

민주통합당이 경제분야에서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어려운 점에서 후퇴한 주장으로 비춰진다.

그나마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이런 저런 구체적인 애기조차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때론 국민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해야 한다. 아마도 노 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서 이라크에 파병결정을 할 때가 바로 이런 때 일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문제만큼은 작금의 여야 후보들이 노 전대통령에 미치기에는 아직 거리감이 있는 듯 싶다. 그만큼 소통을 중요시 한 노 전대통령조차도 국민의 여론과는 다른 결정을 해야 했던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유권자의 표심을 염두에 두고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실현 가능한 합리적인 국민과의 약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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