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운동, 사제간의 사랑...쭉 이어져

▲ 67년째 내려오는 전통이 있는 서대전초의 옛 전경.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코스모스', '공부에 대한 열정', '농구, 탁구 등 운동부', '체험활동', '사제간의 사랑', ...
 
이는 6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 서대전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항목 중 하나다.
 
이 학교 10회 졸업생 오병열씨에 따르면 1945년 5월 15일 개교한 서대전초등학교 인근에는 코스모스가 가득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 코스모스는 가을만 되면 학교 주변을 온통 분홍, 흰색, 주황색 등 색색으로 물들여 가을 분위기를 한층 높였다.
 
현재는 인근이 개발되면서 코스모스가 많이 사라졌지만 서대전초의 교화와 교표로 코스모스가 지정돼 남아있다.
 
아마도 예전부터 인근에 코스모스가 많이 있었고 코스모스의 상징이 '사랑과 의리'를 뜻하다 보니 교화로 자리잡아 그 전통을 이은 것 같다는 것이 오씨의 설명이다.
 
오씨가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책상도 없었다고 한다.
 
교실도 판자로 구색만 갖춰 교실임을 짐작케 하는 수준으로 공부할 책상이 없어 전쟁터에서 구한 탄창 박스를 놓고 그 위에 송판을 깔아 책상을 대신했다.
 
의자도 없어 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탄창책상을 낮춰 바닥에 앉아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어려운 시기였지만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중학교를 시험을 봐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안된다고 해도 밤 늦게까지 불을 켜고 공부, 단속을 나오면 안하는 척 했다가 다시 했다고 하니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 67년째 내려오는 전통이 있는 서대전초의 과학프로그램.

서대전초는 67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움을 찾아 함께 공부하는 어린이를 키우기 위해 '학력신장 활동 강화', '학생중심교육과정 운영 ', 'U-러닝 내실화', '독서.논술 교육',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한 노력'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학력신장을 위해 '학급담임책임제', 'YWCA부진학생 지도 프로그램', '특별보충과정', '멘터링 지도' 등으로 기초학습 부진 학생들의 실력을 끌여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수십년전부터 이 학교는 야구, 축구, 배구, 농구, 탁구 등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고 한다.
 
오씨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축구부'와 '배구부' 등이 존재, 각종 대회에 나가 상도 많이 탔다.
 
그덕에 현재 학교 정문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체육관이 1988년에 준공, 현재까지 예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지금도 이렇게 큰 체육관은 찾아 보기 힘들다고 하니 당시 그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 가능하다.

▲ 1966년 당시의 서대전초등학교 야구부.

현재는 탁구부가 그 전통을 이어 전국 최강을 자랑, 전국소년체육대회, 전국초등학교 탁구대회, 대통령기전국시도탁구대회 등에 나가 상을 싹쓸이 하고 있다.
 
시설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탁구 바닥 전용 매트가 깔여 있어 전국대회 등을 실시하기도 하고 선수 8명에 코치 1명, 트레이너가 2명이니 거의 1대1 맞춤 훈련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지난 2008년에 운동장을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으로 탈바꿈 , 각종 체육활동을 편히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엘리트, 방과후, 토요스포츠 등을 통해서도 '체육활동'을 실시해 학생들의 심신이 건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 서대전초등학교의 벼 체험 활동.

예전에는 현재 놀이터가 위치한 지점에 실습지가 존재, 채소와 꽃 등을 심어 키우고 관찰, 먹기도 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 전통을 이어 학교 텃논에 전교생이 모를 직접 심어 키우는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년 봄, 유치원생부터 6학년 학생까지 전교생이 자기 모를 직접 심고 이름표를 붙여 가을까지 정성껏 키운다. 
 

▲ 학생들이 키운 벼.
키운 벼는 수확철에 벼를 베고 타작해 떡 등을 만들어 먹으며 생산된 짚풀로 공예를 배우기도 한다.
 
친환경 농사체험 활동은 농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저탄소 녹색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뿐 아니라 친 환경 학교 급식을 통한 건강 증진에도 큰 효과가 있다.
 
서대전초는 대전에서도 몇 번째로 학교 부지가 넓기로 유명한데 그 배경에는 이 학교에서 재직했던 한 교장이 인근에 소유하고 있는 논 등을 학교에 기증, 학교 건물을 새로 지어 넓어졌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교사의 사랑에 제자들은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옛 스승을 모셔 선물도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한다.
 
졸업생인 오병열씨는 "지금도 담임 선생님 등을 1년에 1번씩 모시곤 한다"며 "당시에는 종아리도 선생님께 많이 맞았는데 지금 아이들이 생각하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고, 잘 되라고 한 것으로 그 덕에 이렇게 잘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약 10년전 동학사 인근에서 옛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30여년 만의 만남이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며 "병열아~ 길이 미끄럽다. 조심해서 올라가라~"고 말씀 하시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자신을 기억해 주는 스승의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수십년만에 만난 것인데도 마치 자주 만나온 것처럼 기억하시는 모습을 보고 스승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 서대전초등학교 운동장.
이같은 사랑을 배운 오씨는 자신의 아들과 딸들이 이런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4자녀를 모두 서대전초를 나오게 했으며 이중 셋째딸이 교사가 돼 초임지로 서대전초를 선택, 일을 했는데 그 사랑을 딸을 통해 후배들에게 전해 준 것 같아 흐뭇하다고 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도 줄 수 있다'고 하는데 딱 서대전초의 사제간의 사랑을 두고 하는 말인 듯 싶다.
 
자신을 아끼지 않고 열정을 다해 가르친 선생님과 그 사랑을 받아 먹고 자란 제자들이 졸업 후 다시 찾아 그 사랑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는 서대전초등학교.
 
서대전초 박광규 교장은 "우리 학교의 경우 어려운 학생들도 있어 '온종일 엄마품 교실'을 밤 10시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불평하는 교사들이 없다"며 "예나 지금이나 서대전초 교사와 학생들은 착하기로 유명, 오랜 세월 졸업생들 마음에 좋은 학교로 남을 수 있도록 사랑이 머무는 교실, 꿈이 자라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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