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전통의 자연환경 살려 '자연체험 교육'실시

▲ 대전 중구 목달동에 위치한 산서초등학교.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초등학교때는 자연속에서 뛰어놀고 인성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생각해서 학교를 옮겼어요"

대전 문화동에 거주하는 김남희씨(39.여)는 올해 봄 큰 결심을 했다.

4학년 딸 아이와 2학년 아들 아이를 전학시키기로 한 것.

김씨가 선택한 학교는 대전 중구 목달동에 위치한 산서초등학교로 1935년 5월에 개교한 77년 전통의 학교다.

그는 매일 아침 아이들을 문화동에서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있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학교로 오는 길이 맑은 물이 흐르는 천을 따라 벚나무가 우거져 있고 공기가 상쾌해 마치 매일 소풍을 오듯한 느낌이기 때문.

무엇보다도 학교 프로그램이 사교육비가 따로 들지 않을 정도로 유익하며 소수의 아이들이 다니다 보니 좀더 집중적으로 내 아이를 봐줄 껏 같아 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도심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과 달리 엄마가 조금만 수고를 하면 나의 아이가 이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다고 자부했다.

산서초는 최근 김씨처럼 농촌학교의 이점에 끌려 전학을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전교생이 40여명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 올해는 78명으로 학생수가 약 2배 늘었다.
▲ 30여년전 산서초의 모습.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 체조를 하고 있다.
30여년 전만에도 산서초는 목달, 무수, 구완, 침산, 금동, 어남동, 정생 1.2동이 통학구역일 정도로 대전에서도 관할 구역이 제일 넓은 학교였다.

이 학교 30회 졸업생인 김용태씨는 어남동에서 16km 에 달하는 통학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고, 당시에는 학생수도 전교생이 500명으로 규모가 커 분교까지 있었다고 회상했다.

앞 건물 슬레이트 1층과 뒤 건물 2층에 학생들이 가득했고 1학년때 반 친구들이 6학년때까지 거의 변동 없이 이어져 현재까지도 만나서 옛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현재까지 졸업한 학생수는 2562명으로 많은 학생들이 다녔던 것 만큼 졸업생들도 국회의원, 공무원, 교사, 과학자, 군인 등 각계각층의 훌륭한 인사들도 많이 배출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많은 주민들이 도심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급격하게 학생수가 줄어 3년 전에는 전교생 40여명, 텅텅 비는 교실이 많았다.

그랬던 학교가 다른 농촌학교들이 잇따라 폐교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달리 학생들이 늘어 이제는 오히려 교실이 모자라 걱정이다.
▲ 학생들이 학교 앞 텃밭에서 직접 심어 기른 감자를 캐고 있다.
요즘 이렇게 학생 수가 늘게 된 것은 학교의 특별한 노력 덕분이다.

이동렬 산서초 교장은 2009년 3월 당시 공모 초빙교장으로 오면서 옛 산서초의 명성을 찾기 위해 먼저 학교 환경을 개선했다.

학교 건물을 증축, 리모델링하고 도서관을 아이들 시각에 맞쳐 꾸미고, 영어실, 컴퓨터실, 방송실, 과학실, 급식실 등을 도심에서도 보기 드믄 최첨단 시설로 선진국 형으로 탈바꿈 시켰다.

또 학교 주변에 연못, 야생화 단지, 정자, 벽화 등을 설치하고 운동장 배수로 공사를 실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했다.

무엇보다도 부모들의 마음과 발을 학교로 이끌게 한 것은 타 학교에 없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이었다.

산서초는 '테마별 체험학습주간', '학교 뒷산 교실', '자연 캠핑 수련', '학부모 상담주간제', '사제동행 텃밭가꾸기', '학교도서관 지역문화센터화 사업',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등의 사업을 통해 도심에서 전학오는 학교로 성장했다.

매년 5월말쯤 학교는 1주일을 체험활동 기간으로 정해 직접 텃밭을 가꾸고, 숲에서 체험하며 자연을 온몸으로 느낀다.

또 중구청 숲 코디네이터가 직접 학교를 찾아 무료로 아이들에게 뒷산에서 계절별로 나무와 곤충 등에 대해 설명, 살아있는 과학 수업을 실시중이다.
▲ 산서초가 운영하고 있는 '캠핑', 학생들이 직접 텐트를 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 활동 중 하나는 바로 '캠핑'으로 타 학교가 안전 등의 문제로 꺼려하는 것을 산서초는 충분한 훈련을 실시한 후 '남이자연휴양림과 화양구곡' 등으로 떠나 학생들이 직접 자연캠핑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제공한 텐트, 침낭, 코펠 등을 이용, 직접 텐트를 치고 밥과 반찬, 찌개를 끓이며 자립심을 키운다.

특히 이 캠프의 장점은 4~6학년 학생들이 서로 섞여 조를 구성, 후배는 선배를 따르고 선배는 후배를 챙기면서 '학교폭력'을 예방, 즐거운 학교생활 추억을 간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선생님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자연스럽게 고민도 상담하고 키운 작물은 복지시설에 전달 해 나눔과 베품의 미덕도 실천중이다.

산서초는 소외지역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 어린이 도서 뿐 아니라 성인 도서 1000권, DVD 등도 함께 구비해 학교를 개방, 평생교육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중이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학교에서 요가, 컴퓨터, 북아트, 냅킨, 리본, 비누 등 공예, 다문화 한글 교실 등을 활용해 농촌에서는 접할 수 없는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학생들도 각종 체험활동을 비롯한 기타, 사물놀이, 미술, 영어회화, 수리탐구, 컴퓨터 등의 방과후 수업을 등을 모두 무료로 수강, 사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산서초는 최근 국가수준 학업성취평가 전국 공동 1위, 학교평가 최우수학교 교육감 표창, 유치원평가 최우수유치원 교육감 표창, 나이스 학부모서비스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 그린스타트 녹생생활실천 대전네트워크 기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 학생들이 자연체험교육장에서 개구리를 관찰하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학생 수 증가로, 인근에서 이와 같은 학교교육과정에 대해 소문을 듣고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산서초 이동렬 교장은 "최근 자연환경과 프로그램이 좋아 일부러 찾는 학부모도 있고 큰 학교에 적응을 못하거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전학을 오는 학생들이 많다"며 "거의 모든 프로그램, 혜택 등을 무료로 제공,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때는 무엇보다도 인성이 중요, 즐겁고 신나야 한다"며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학생들이 될 수 있도록 평소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시도,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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