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초 출신 교장의 모교 사랑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지금 여기 교장실이 예전에는 운동장이었어요. 50년전만에도 3000명이 다니는 학교였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여년 전인 1962년, 대전유성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이던 김영일 학생은 그때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 유성초등학교 예전 모습.
지금은 세월이 남긴 주름과 바랜 흰머리가 그의 나이를 말해주고 있지만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옛 추억에 잠긴 그의 얼굴에는 동심이 가득하다.

그가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학교 앞에는 논이, 현재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에는 소나무가 가득한 동산이, 운동장에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가 자리했다.

학교건물도 흙으로 지은 건물에 합판을 여러곁 붙여 비.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한 건물로 겨울에는 난로에 솔방울을 넣어 떼곤 했었다.

한 반에는 밤톨만한 학생들이 가득했고 한 학년이 9개반 이상으로 전교생이 3000여명에 달하는 큰 학교였다.

학교 지붕 위에 올라가 저 멀리 눈에 보이는 지역이 모두 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사는 곳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거쳐갔는지 짐작 가능하다.

그 시절, 지금과 또 다른 하나는 방학이 되면 책상을 집으로 가져갔었다는 것.

김영일 학생이 학교를 다닌 당시에는 책상이 약 60X40 크기여서 방학때는 집에 가져가 공부를 하고 개학하면 책상을 학교로 가져왔다고 한다.

또 2~3학년때는 학교에서 무료 우유급식을 실시, 담임선생님이 커다른 우유가루 통을 가져와 아이들이 가져온 봉투에 담아 나눠줬다.

우유가루를 퍼주고 나면 어느새 담임선생님의 머리는 하얗게 변해 아이들과 함께 웃었던 추억이있다고 회상했다.

그때 그시절 선생님들 이름을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바로 현재 유성초등학교 제 29대 교장이다.

유성초 김영일 교장은 이 학교 31회 졸업생으로 학교에 대한 애착이 많아 정년 전 마지막 근무를 모교로 희망, 손자같은 후배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과학 박사님'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 교장은 유성초에서 근무하는 것이 '내집에 온 느낌이다'며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았을 나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학교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가득했다.

▲ 지난해 유성초는 식생활 개선 연구시범학교를 운영, 학생들이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전 유성초등학교는 1927년 6월 7일 유성공립보통학교로 개교, 2011년 기준 제 80회 총 2만219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교는 역사를 말해주듯 위대함을 간직, 초등학교 부지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유성초는 교사부지와 운동장을 합치면 3만5276㎡로 전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며 최근 신설되는 학교의 약 3배에 달한다.

학교가 오래됐다고 시설까지 오래됐다고 생각하면 오산.

김영일 교장이 모교로 와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부분으로 지난 2010년 26억원을 지원받아 학교 대수선공사를 실시했다.

유성초가 85년이나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학교는 운동장, 교실 등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다 뜯어 고쳐 마치 어제 개교한 학교처럼 깔끔하다.

▲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성초등학교 배구부.


유성초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남자 배구부'인데 1980년 초 창단, 올해로 30년을 이어가면서 전국대회, 세계대회 등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이 학교를 거쳐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국가대표와 프로배구선수는 삼성 블루팡스의 여호연, LIG 이경수, 대한항공 신영수 등 후배들의 우상으로 활동중이며 박세리 골프선수도 이 학교 출신이다.

학교는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예절을 잘 지키는 아이들로 기르기 위해 1전통 덕목으로 '바르게 인사하는 유성어린이'를 실천, 매달 학급에서 인사를 잘 하는 '인사왕'을 선발하고 있다.

또 전자기기 발달로 바른 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저학년은 한글, 고학년은 한자 '바른글씨지도'를 실시, 글씨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바른 자세, 바른 글씨를 쓸 수 있도록 유도중이다.

방학때에도 부진아 지도를 진행, 공주교대 학생 등이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 유성초등학교에서 매달 마지막주에 실시하는 서부연합어린이회.

이와 함께 줄어든 학생들로 인해 생긴 여유교실을 활용, 3개 교실을 통합해 만든 '서부연합어린이회의장'에서는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에 73개학교가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아이들은 국회의사당처럼 꾸며진 이곳에서 스스로 지켜야 할 안건을 정해 각 학교에 전달하는데 최근에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에 대해 각 학교 대표들이 모여 의견을 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유성초는 지난해 식생활 개선 연구시범학교를 운영, 식생활 교육박람회, 식생활 개선 학생토론회 등을 실시해 아이들의 '건강과 식생활 개선'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노력으로 유성초 어린이들은 학교 전통에 대한 자부심뿐 아니라 공부, 마음, 신체가 모두 건강한 아이들로 항상 밝은 것이 특징이다.

유성초 김영일 교장은 "교직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남는 건 '사랑'밖에 없다"며 "교사들은 사랑과 아량으로 아이들을 끌어안고 아이들은 긍정적인 자세로 이웃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유성초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인정받는 인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사랑이 가득한 학교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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