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학교와 교육청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대전에서 지난 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 자살사건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학생을 대했더라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해당 학교는 첫번째 희생자가 나왔을 때도 대책 및 애도기간은 커녕 '축제'를 여는 등 이를 감추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7일 대전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35분쯤 대전 서구 모 아파트에서 여고생 A양이 뛰어내려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신원조회 결과 A양은 지난달 2일 서구 모 아파트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진 B양의 친구이자 같은 반 반장으로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극단의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A양의 유서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숨지기전 오후 4시쯤 친구 2명을 만나 쪽지를 주면서 '9시쯤 펼쳐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은 쪽지 내용이 궁금해 미리 펼쳐봤다가 내용이 이상해 A양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는 것.

또 이날은 학교 방학중 방과후수업(보충수업)이 시작한 날로 A양은 집에는 학교에 간다고 하고, 학교에는 감기로 못 나온다고 한 후 방황하다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학교에서 전화로라도 A양이 집에 있는지 확인만 했더라면 이같은 불상사는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것.

게다가 이 학교는 지난달 B양이 숨진 후 19일쯤 오디션 프로그램인 '나는 학생가수다'라는 축제를 열어 B양 부모는 물론, 네티즌들의 비난을 샀다.

네티즌들은 교육청 홈페이지와 학교 홈페이지 등을 방문, "안일한 태도로 대처를 하다 죄없는 학생 2명이 숨졌다"며 "학생이 학교폭력 의혹으로 숨졌는데 진상 조사는 커녕 축제를 어떻게 열 수 있냐"고 맹비난했다.

한 시민은 "A양이 친구 죽음을 미안해 하고 안타까워 하면서 괴로워 했다던데 주위에서 좀더 관심을 갖고 아이를 살폈더라면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나이의 학생들인 만큼 어른들의 관심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와 통화만 했었더라면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아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있다"며 "베르테르 효과 등을 우려,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는 수시로 학부모 등과 통화하고 1대1멘토링 상담 등을 실시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청은 이날 뒤늦게 학생 자살 문제와 관련 초·중·고 교장 긴급 대책 회의를 마련, 초·중·고 교장을 긴급 소집해 자살방지 대책 및 학교폭력 대책을 논의한다.

이날 잇딴 학생 자살 소식에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은 호소문을 발표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금치 못하며 유족들에게 통한의 위로를 드린다"며 "유행처럼 번지는 자살, 학교폭력에 우리 아이는 이상이 없는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살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학생들이 마음 아프지 않도록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전시교육청에 올라오는 시민들의 호소문. 잇딴 학생 자살에 시민들이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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