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 메뉴얼대로 대처 안해 '보복' 불러일으켜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아이가 힘들어 하다 선생님께 상담을 했더니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 이름을 대면서 누가 왕따를 시키냐고 했데요. 그 후로 아이들이 더 왕따를 시킨다고 합니다. 어떻게 선생이 그럴 수 있는지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요"

대전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인 A씨는 최근 딸의 말에 충격을 입었다.

딸이 조심스럽게 꺼낸 말은 "엄마 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데 선생님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서 더 힘들어요"라고 했기 때문.

평소 임원을 할 정도로 활달한 성격의 이 학생은 다른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 것을 보고 친구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한 후 조금씩 자신도 왕따를 당하기 시작, 견디다 못해 선생님께 이를 상담했다.

그런데 담임교사가 이를 수업 시간에 공개적으로 피해 학생의 이름을 대면서 왕따를 시키지 말라고 했다는 것.

그 이후로 상황은 더 악화됐고, 현재 힘들어 하지만 이 학생은 잘 극복해 보겠다며 부모를 오히려 안심시켰다고 A씨는 토로했다.

최근 '왕따', '폭행' 등 학교폭력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교사가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오히려 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왕따, 폭행을 당하는 학생이 상담을 했을 때 이를 교사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메뉴얼대로 하지 않아 피해 학생이 '보복' 등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6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매년 각 학교에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을 배부하고 있다.

이 책자에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메뉴얼이 상세히 제시, 따돌림과 폭행시 대처하는 요령도 수록돼 있다.

학생이 따돌림 일명 '왕따'를 당했을 경우 반 아이들에게 피해 사실 공개를 금지하고, 피해 사실 확인 후 이를 바로 공개하는 것을 피하라는 등의 방법이 담겨있다.

그러나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이다.

얼마전 충남 논산에서 발생한 같은 반 친구를 폭행한 반장 사건도 이를 지켜보던 한 학생이 교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이러한 사실을 전했고 교사는 반장를 불러 훈계했다.

이 반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고자질'한 학생을 찾는다며 그동안 괴롭혀 오던 친구 3명을 공개적으로 폭행, 반 전체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이후 12월까지 한학년 내내 폭행이 교실에서 일어났지만 그 어떤 학생들도 교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실제로 청소년 대부분이 이러한 '왕따', '폭행'을 당하고도 교사가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보복이 돌아오는 것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하는 실정이다.

모 중학교 한 학생은 "옆의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아도 신고를 했다가 나까지 피해를 입게 될까봐 이야기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선생님께 이야기 했다가 괜히 자신이 탈로나면 더 힘들게 된다"고 토로했다.

만약 교사가 상황에 따라 상담을 제대로 실시하고 메뉴얼대로 했더라면 보복 등의 2차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이 학교에 배부돼 있고, 연수도 실시하고는 있다"며 "가이드북에 상황에 따라 세세하게 대처 방안이 나와 있는데 교사가 순간 실수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 경찰청은 최근 학교폭력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검거 건수가 줄어 든 것은 학생들이 '보복' 등이 두려워 신고를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폭력 관련 검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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