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이루는 삶이란 무엇인가? 보통 평화에 대해 말하면 대개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거나 남북의 통일과 직결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평화는 우리 삶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개념이다.

국가간의 갈등인 전쟁, 사회적 갈등인 폭력 등을 거부하고 화해와 상생의 길을 위해 실천하는 활동도 평화의 삶이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미움과 분열을 극복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도 평화의 삶이며, 자신의 감정에 일어나는 미움과 분열을 없애는 것도 평화의 삶인 것이다.

그래서 올해 벧엘의집 식구들이 평화를 누리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여 평화 누림이라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작게는 자신의 평화로움을 찾고, 그 평화로움을 동료와 나누고, 나아가 자신이 경험한 평화를 실천하여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주위 환경이 비록 평화롭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자신부터 평화를 배우고, 평화를 누리는 것이 곧 모두가 평화를 누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평화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올 한 해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이야기, 속편한 내과의 유권호 선생님, 이 선생님은 자신이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처분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절약된 금액을 희망진료센타에 후원하고 계신 의사이다. 그래서 지난 후원의밤 행사 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감사패를 전달하려고 하자 극구 사양하시면서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 저는 주변에 목사님 같은 분, 송관욱 선배님 같은 분, 또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이봉수 원장 같은 분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때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성이 게을러서인지 쉽사리 몸이 끌려 들어가지 않고 옮겨지지 않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대신해 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성심 성의껏 그러한 일들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은 조용히 뒤에서 현재와 같이 지켜보고 현재처럼 하고 있겠습니다. 모든 것을 던져서 사회를 위해 일하고 계신 목사님을 뒤에서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평범한 의사로서 주위에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을 따라가려는 마음이 곧 평화의 삶이 아닐까? 그저 묵묵히 뒤에서 기도하고 응원하겠다는 고백이 곧 평화를 이루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내동 롯데 아파트 주민의 좀도리 쌀 운동, 내동에 위치한 롯데 아파트 주민들은 13년 째 희망진료센타와 인연을 맺고 매년 좀도리 쌀을 모아 일부는 지역의 어려운 가정에 나누고, 일부는 쪽방 등에 거주하시는 분들을 위해 희망진료센타로 쌀을 보낸다. 올해도 어김없이 좀도리 쌀이 희망진료센타를 통해 쪽방에 계신 분들에게 전달되었다. 작지만 10년 이상을 한결같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롯데아파트 부녀회의 좀도리 쌀 운동도 평화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세 번째 이야기 - 방송작가 정다겸 작가 이야기, 지난해 말부터 희망진료센타 학생봉사자를 위한 아카데미를 계획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학생 봉사자를 위한 인문학 강좌를 실시했는데 그 중에 ‘심리학으로 본 봉사’라는 주제로 거침없이 하이킥의 작가인 정다겸 작가를 초청하였다. 그녀는 공감이라는 주제로 좋은 강연을 해 주었다. 그리고는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 “강사비가 많아 일부를 후원합니다”라며 흰 봉투를 내밀었다. 그에게 강사비가 얼마나 많았을까? 담당자의 말로는 적은 금액이었다고 하는데 그것을 다시 희망진료센타 후원금으로 되돌린 것이다. 그것도 강사비는 계좌로 입금해야 하고 아직은 지불도 안 되었는데 말이다. 평화는 이렇게 서로 마음을 써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네 번째 이야기 - 얼굴 없는 천사 녹십자 김태훈 소장님,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어느 자리에서 명함을 서로 주고받은 것만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통해 명함 뒤에 있는 후원계좌로 지난해 말 거금의 후원금을 보내온 것이다. 처음 보는 이름이어서 담당자가 수소문해서 찾아보니 후원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고 녹십자의 김태훈 소장님이라고 하시면서 자신은 후원금과 함께 건네준 계좌에 후원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 이기적인 세상, 조그만 일이라도 자신을 드러낼 만한 것이 있으면 자신을 알리려는 세상에 자신의 선행을 감추려는 이분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평화의 사람이 아닐까?

다섯 번째 이야기 - 울안공동체 식구들, 지난해 울안공동체 식구들이 매주 화요예배를 드리면서 헌금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금액을 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자신들도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인데 작은 것이라도 모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는 울안공동체 식구들의 마음이 곧 평화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여섯 번째 이야기 - 10년 넘게 자신의 일처럼 봉사하는 의사, 약사 선생님, 함께하는 세상의 봉사자들, 희망진료센타가 개소한지 벌써 13년을 헤아리고 있는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진료소를 책임지고 있는 선생님들, 또한 지금까지 매월 1회씩 대전역 거리급식봉사를 하고 있는 함께하는 세상의 자원봉사자 등은 봉사를 삶의 책임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이들의 삶은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평화의 실천자들이 아닌가?

이렇게 평화라는 주제는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사회적 책임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녹아 있는 것이 아닐까? 이들의 삶은 밥을 나누고, 치료를 해 주고, 후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평화를 세상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평화의 사람들,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미움과 분열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가 넘치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살아갈 것이다. 각박한 세상, 경쟁할 수밖에 없는 사회 속에서 그래도 우리는 평화의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바라본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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