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에 2010년 한 해 동안 대전의 거리에서 죽어간 10명의 이웃들을 추모합니다.
이들의 비극은 냉혹한 현실속의 취약한 삶의 기반이 빚어낸 결과이고, 자취를 감춘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주었으며, 과연 이곳이 인간을 위한 사회인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 우리 앞에 놓여졌습니다.

우리는 살아서는 보이지 않고, 죽어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들의 지친 몸을 누이던 종이박스와 같은 존재로 대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봅니다.
또한 우리는 정부가 노숙인 문제를 방치해둔 대가를 노숙인들이 죽음으로 대신 치르게 되었음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동짓날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지만 이 날로부터 태양은 부활하고 점차 낮이 길어질 것입니다.
그분들의 죽음은 오늘 우리의 마음을 비추는 빛이 되어 우리의 부끄러움을 깨닫게 해주었고, 거리마다 풍요와 재화가 넘쳐나는 이 사회가 한 발자국의 실수로도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태로운 곳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들의 죽음을 가슴에 새기고, 모두의 힘을 모아 노숙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책임있고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는 자비를 구걸하고자 함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 자신과 국가 위정자들에게 정의의 실현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또한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위해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또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우리는 정부와 지역사회 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홈리스 지원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라!
거리노숙인에 대한 긴급주거지원 실시하라!
거리에서 죽을 수 없다. 의료지원 강화하라!
저임금 불안정 노동, 노숙인 일자리정책 개선하라!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개선하라!

2010년 12월 22일 동지에
무료진료소 희망진료센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충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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