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의집에는 도개걸윷모라는 남성 중창단이 있다. 울안공동체 식구들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기투합되어 노래 실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이름처럼 각각 개성에 맞게 노래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찢겨진 마음을 위로하는 남성 중창단이다.

그런데 이 중창단이 큰일을 저질렀다. 음악적 재능으로 보자면 형편없는 그들이 남성 5인조 그룹사운드를 결성한 것이다. 가수 조용필의 프로모터를 지낸 분이 도개걸윷모의 이야기를 듣고 선뜻 보컬 지도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해서 5인조 보컬그룹이 조직되게 되었다.

첫 모임을 갖는 날, 각각 연주할 악기를 정하고 첫 연습에 들어갔다. 그 분의 말에 의하면 그들의 삶만큼이나 음악 실력이 사면초가라는 것이다. 오죽 했으면 울안공동체까지 왔을까? 모두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그러다 노숙인 쉼터인 울안공동체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단 한 사람, 이 0 0만이 일렉 기타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알뿐 드럼을 맡은 사람이나, 베이스 기타, 키보드, 봉고 등 어느 누구도 그런 악기를 연주해 본 경험이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음악지도를 하자니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놓인 초나라 군대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만이 길이 없겠는가? 그들 생애 전체가 길이 없다. 단원 대부분이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신용불량자들이고, 가정은 해체되고, 원하든 원치 않든 기존의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한 때는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나름대로 미래가 있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보통 사람들이었지만 현재는 자신의 이름조차도 내보이기엔 초라하고,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삶의 돌파구가 없는 절망의 자리에 선 사람들로 안정된 삶이나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이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그런 그들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아픔을 노래하고 희망을 노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길이 없지만 음악을 매개로 길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로의 폭정에서 벗어났지만 앞에는 홍해가 가로막혀 있고, 뒤에서는 바로의 군대가 추격해 올 때 모세의 지팡이가 홍해를 갈라 건너게 한 것처럼 사방 어디를 봐도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생에서 음악을 통해 새 길을 열어 보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모세의 지팡이가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건너게 한 것처럼 음악이 모세의 지팡이가 되어 길이 없는 인생에 길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모세의 기적을 향하여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먼저 좋은 연주를 위해서는 하모니를 이뤄야한다. 자신의 악기를 다루는 것도 벅찬 이들이 옆 사람이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연주를 위하여 함께 해야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던 사람들에게 옆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보통사람보다 더욱 힘든 일이다. 또한 연속적인 실패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한다. 믿지 못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이 형성되게 된다. 그런 삶이 몸에 밴 사람들에게 함께 한다는 것은 고된 수행의 길일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여기는 순간 쉽게 포기해 버린다. 조그만 어려움이 닥쳐도 그만두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에게 난생 처음 잡아보는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이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진전이 없으면 쉽게 포기해 버릴 것이다. 그러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이들에게 아름다운 연주가 나오기까지는 정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먼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 이기적인 생각 등을 버리고 끈기와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을 통해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고된 과정을 잘 견디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태어나는 날을 기대하며 모세의 기적을 꿈꾼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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