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 대전지방보훈청 의료담당

▲ 허재영 대전지방보훈청 의료담당
6.25전쟁 때 두 눈을 잃은 국가유공자가 있었다.

근 60여 년간 앞이 안 보이는 삶 속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실까 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분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온화한 미소와 여유로운 표정 어디에서도 지친 삶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이 안보이면 답답하고 힘드실 텐데 어르신은 어찌 그리 얼굴이 밝으신지요?”

옅은 미소를 지으시며 국가유공자 어르신이 화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두 눈이 멀어 아예 세상 빛을 못 본 사람도 많은데, 그래도 나는 20여 년 동안 세상의 밝은 빛을 보았으니 그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감사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
20여 년 동안 세상의 밝은 빛을 보았다는 감사함이 60여 년의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아름다운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힘의 원천이 아니었을지.

새삼, 물질이 조금 풍요롭지 못하다고 불평하고 집안일과 직장 일이 조금만 힘들어도 항상 불만이 가득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살아가면서 감사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내 자신이 건강함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한다.

감사함이 많아질수록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됨을 느낀다.
놀아달라고 떼를 쓰는 세 살배기 딸이 이제 더 이상 귀찮게 느껴지지 않는다. 놀아주고 싶어도 놀아 줄 아이가 없는 부모에게는 그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 일 일 것인가?

밀려드는 직장 일이 많을 때도, 기분이 안 좋으신지 괜히 트집을 잡는 민원인의 불평이 있을 때도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런 감사하며 살겠다는 마음이 언제 또 잊혀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20년 동안 보았던 세상의 밝은 빛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왔던 국가유공자 어르신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국가유공자 및 군인ㆍ경찰ㆍ소방관에 대한 감사갬페인 포스터가 오늘따라 유독 눈에 크게 들어온다.

헌신과 봉사, 감사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나라를 위한 국가유공자의 값진 희생과 공헌이 있었기에
우리 아이들이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우리를 위한 군인ㆍ경찰ㆍ소방관의 헌신과 봉사가 있기에
우리 아이들이 빛나는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늘 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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