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경애 대전지방보훈청 대부팀장
더위가 물러간다는‘처서’를 지나고 보니, 아스팔트 도로를 엿가락처럼 쭉 늘일 만큼 계속되던 폭염이 한풀 꺾였다. 그래서 자연의 오묘한 섭리는 위대한가 보다.

금년 2010년은 한국사에 있어 길이 기억될 주기별 사건들이 많이 있다.

광복 65주년, 6.25전쟁 60주년, 경술국치 100년, 4.19혁명 50주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등 한국사에 역사적 큰 획을 긋는 해이다.

경술국치일(庚戌國恥)은 한일병합(韓日倂合)을 경술년에 당(當)한 나라의 수치(羞恥)라는 뜻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강제로 주권을 빼앗긴 날이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과 일제통감 데라우찌 사이에 이루어진 한일 합병조약은‘한국 전체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넘겨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으나 국민들은 나라를 빼앗긴 사실조차 알지 못했으며, 8월 29일 일본이 한국병합을 공식 발표했을 때 판서 승지 지평 등 관리 20명과 유생 백정 등 20여명이 조선이 망한 것을 애통해하며 자결했을 뿐, 백성들은 조용했다.

그 날 이후로 우리나라는 일본의 지배를 36년동안 받으며, 민족말살정책과 강제징집, 문화재훼손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독립투사를 비롯한 온 국민의 독립의지는 세계를 놀라게 했고,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의해 우리는 자주적 독립의지와 신념을 공고히 하여, 마침내 1945년 8월 15일 속박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절반 정도가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이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가 전국 성인남녀 2,0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2010년이 한일강제병합 100년인지 아십니까?’라는 답변에 모른다가 51.2%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일제시대 단어들이 지금까지 바뀌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들의 무관심(69.5%)’을 가장 많이 택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서, 더 큰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역사에 대한 인식부재의 철저한 반성과 함께 경술국치를 통한 국난 극복의 의미를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광복 65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호시탐탐 독도 망언과 경술국치 망언을 서슴지 않는 일본을 보면서 온 국민의 역량 결집과 나라사랑 정신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지난 4월에 극우 보수 발언으로 유명한 도쿄 도지사 이시하라는 경술국치를 한국인의 선택이라고 망언을 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 움직임을 틈타 또다시 망언을 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경술국치 10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우리는 많은 역사적 사건과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 왔다. 동족 상잔의 비극, 학생과 시민의 피 흘린 격변 등 큰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은 후진국을 돕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외형은 강대국이 되었지만, 적화통일도 좋다는 종북(從北)세력의 선전 선동에 의한 이념 갈등, 양극화, 북한을 둘러싼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의 각축 등 한반도의 미래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래를 개척하고,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상처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 기억을 통해 다시는 이 땅에서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주적이고 부국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경제는 물론, 국민의식, 호국정신, 문화예술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훨씬 능가하는 고품격 국가를 만들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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