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청 백준흠]"그분 혹시라도 만나게 된다면 막걸리라도 한잔..."

▲ 대전동구청 문화공보실 백준흠 계장
어제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피하려 서구 탄방동 개나리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어떨 결에 들어간 곳이 몇 동인지 몰라 어떤 분께 여쭤보았습니다

좀 엉뚱한 질문이었는지 그분은 왜 그러시냐고 되물었습니다.

난 괜히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일 들어서 집에 전화해서 우산을 가지고 오게 하려고 한다고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2-3분 뒤에 그분이 다시 왔습니다.

'올리비아 핫세'라고 쓰여진 산뜻한 하늘색 우산을 주면서 쓰고 가라고 했습니다.
괜찮다고 만류해도 한사코 자꾸 쓰고 가라고 해서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습니다.

어디로 되돌려 드리면 되냐고 물었더니 반납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계속 되돌려 드려야 한다고 하니 했더니 "정이나 부담스러우면 지나가는 길이 있으면 경비실에 맡겨두라"고 했습니다.

소나기가 너무 거세게 내려 한참이나 그곳에 서 있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몸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분의 배려는 가마솥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 여름날 이렇게 막 쏟아 붓는 소나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세게 내리던 소나기도 한풀 꺾여 아파트를 빠져나올 때는 빗자루에 젖은 낙엽이 달라붙듯 바지가 몸에 달라붙어도 걸음은 가벼웠습니다.

그 고마우신 분은 분명 개나리 아파트 106동에 사시는 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에게 우산을 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으니까요

50대쯤으로 보였습니다. 남자입니다.
혹시라도 만나게 된다면 막걸리라도 한잔 나누고 싶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고 일깨워 준 그분과 함께...............

<대전 동구청 문화공보실 백준흠>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