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종 종사자 오모씨(38)는 하루 2갑 정도의 담배를 피운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흡연을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 탓에 아직까지 끊지 못하고 있다. 종일 앉아서 근무하는 환경이긴 하지만 허리에 스트레칭도 간간히 해주고, 바른 자세로 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1년 정도 허리통증이 지속되더니 통증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오씨는 퇴행성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퇴행성 허리디스크는 ‘퇴행성’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나이가 들면서 조직의 노화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다. 척추뼈와 그 사이에 쿠션 구실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얇아지고 약해지며 척추뼈 역시 퇴행적인 변화로 뼈의 칼슘이 빠져나가고 골다공증이 발생하며, 골극이라는 뼈의 가시 같은 뼈들이 자라나 척수신경을 건드려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조범철 동서병원 척추센터 진료부장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흡연자들은 척추뼈의 퇴행이 빨리 찾아올 수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척추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부실해진다. 때문에 흡연자는 골다공증과 디스크 질환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소년기의 흡연은 디스크 형성에 지장을 줘 척추의 형성을 방해하므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 때 시작된 흡연은 성인보다 훨씬 영향을 더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흡연이 척추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흡연을 하면 만성적인 기침이 발생한다. 기침을 하면 배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추간판 내의 압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추간판이 돌출될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둘째,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추간판 주위에 있는 척추의 혈액순환을 저해한다. 추간판은 주위에 있는 척추 뼈의 혈액으로부터 영양 공급을 받는데, 니코틴으로 인해 척추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추간판으로 가야 할 영양분의 공급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영양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한 추간판은 약해져서 외부 충격에 쉽게 손상 받을 수 있다.

셋째, 흡연은 척추뼈에 골다공증을 발생시킬 위험이 높다. 골다공증이 생긴 척추뼈는 내부 구조에 미세 골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요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흡연은 척추수술 후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수술 후에 염증이 생긴다든지 골융합술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폐합병증이 생길 확률은 4~6배 가량 높다. 또 수술 후에도 담배를 계속 피우게 되면 척추질환이 재발할 가능성도 커진다.

조 부장은 “기본적으로 척추환자들은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최소한 수술 전후 6개월은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담배 속 니코틴은 골융합에 필요한 신생혈관 형성을 억제하므로 골융합술이 예정된 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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