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초기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쌍굴다리 아래서 자행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작은연못’(제작 (유)노근리 프러덕션)이 8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드디어 15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된다.

이 영화는 수백 명 이상이 희생된 민간인 학살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다 제작부터 개봉까지 한국 영화인과 관객의 참여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또 시민단체의 시사회를 통한 필름 구매 캠페인 등 새로운 배급방식을 실험적으로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고인이 된 박광정씨를 비롯해 문성근(57), 강신일(50), 김뢰하(45)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했고, 송강호(43), 문소리(36), 유해진(40)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특별출연해 힘을 보태는 등 배우 142명과 스태프 229명이 참여했다. 주인공 ‘짱이’는 현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명철군(16·영화 ‘크로싱’의 주인공)이 맡았다.

이 영화의 마케팅 대행사인 시네드에피에 따르면 지난 달 22일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 8개 지역서 진행된 시민사회단체의 시사회와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필름 구매 캠페인에 총 3734명이 참여했다.

시사회에 참석한 8581명의 관객 중 약 33%인 2858명이 캠페인 봉투에 1만원을 넣고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영화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876명이 이름을 올리며 입금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작사는 필름 1벌 당 100명의 이름을 새긴 상영용 필름 제작에 돌입했으며, 참여자들은 15일 정오부터 영화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영화가 전국 어느 극장에서 상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노근리 사건은 지난 1999년 AP가 첫 보도했고 2002년 영국 BBC 방송사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영화는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AP통신 기자 3명이 쓴 ‘노근리 다리(The Bridge At No-Gun-Ri)’와 생존 피란민 정은용씨(89) 작품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배급은 영화 ‘작은 연못 배급위원회’가 맡았다.

1980년대 민중가수로 활동한 김민기씨의 노래 ‘작은 연못’에서 제목을 따온 이 영화에는 김씨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극 중 삽입곡으로 채워져 더욱 잔잔한 감동과 아픔을 남기고 있다.

이 영화는 연극 ‘늙은 도둑이야기’ 등을 작품성 있게 연출한 실력파 연극연출가 이상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이 영화는 142명의 배우와 229명 스태프들의 자발적 참여, 그리고 필름 구매에 동참한 3734명의 관객 참여까지 실로 전무후무한 새로운 제작 배급방식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영화계에 특별한 의미와 감동을 전해준 영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