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없는 것이/ 귀도 없는 것이/ 코도 없는 것이// 길쭉한 몸통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일은 위대하다’(지렁이)

‘오송회’ 사건에 연루됐던 시인 강상기(64)의 세 번째 시집 ‘와와 쏴쏴’가 출간됐다.

오송회 사건은 1982년 전북 군산제일고 전·현직 교사 5명이 4·19와 5·18 희생자 추모제를 지낸 것에 대해 공안 당국이 용공집단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5명의 교수가 소나무(松) 아래 모였다는 의미에서 ‘오송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두환 정권 시절 벌어진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으로 손꼽힌다.

이 사건으로 강씨는 시인 이광웅(1940~1992) 등과 함께 구속, 교단에서 해직됐으며 2년여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이후 17년 만인 1998년 복직했다가 지난해 퇴직했다. 2008년 11월에는 사건 관련자 9명이 26년 만에 전원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가 회복되기도 했다.

강씨는 아직까지 ‘전기 고문에/ 부들부들 떨던/ 나’(별똥)를 떠올리며 고통스런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나 희망을 노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렁이를 위대하다고 평하면서 ‘네 작은 힘으로/ 더러운 것 헤치고/ 깨끗한 세상 만들고자// 네가 우는 것은 너를 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우는 것’이라며 상생하는 삶의 구현을 위해 노력한다.

또 담쟁이가 돼 ‘하늘에 목숨을 맡긴 채/ 평지 끝 절망의 벼랑에서/ 고공투쟁하는/ 벼랑 끝 절망이/ 담쟁이의 희망이다’라고 아우성친다.

‘집회장에 도착하기 전에/ 멀리서/ 와와/ 함성이 들려왔다/ 가까이 가서/ 똑똑히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바다에 다다르기 전에/ 멀리서/ 쏴쏴/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가서/ 다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호수를 버리고/ 날아오르는 백조도/ 와와 쏴쏴일 뿐이었다’(와와 쏴쏴)

시인은 국가보안법과 분단이 만든 상황으로 인해 고통과 아픔에 신음하면서도 그 고통과 아픔을 시로 극복하고자 ‘와와 쏴쏴’ 노래한다. 151쪽, 1만원, 시와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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