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성석제(50)씨의 신작 소설집은 표제 그대로 참 ‘인간적이다’. 웃음과 감동이 묻어나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짤막한 소설 형식을 빌려 전한다.

50여편의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우화처럼 담았다. 무료함을 떨치려 밤송이 가시를 세는 사냥꾼, 담뱃값을 깎은 사나이, 곰과 대면했을 때의 긴급 대처법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에서 웃음과 해학, 어떤 교훈을 찾는다.

성씨는 1994년 짧은 소설을 모은 책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펴내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재미나는 인생’(1997),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2003)도 비슷한 구성의 소설집들이다. 신작 ‘인간적이다’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담뱃값 깎는 주인공들을 보면 기가 차서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담뱃값을 다 깎다니…’란 혀를 찰 만한 이야기가 생생히 묘사된다. 주인장이 “살다 살다 담뱃값 깎자는 인간은 처음 본다”고 하자 “오늘 처음 본 기념으로 깎아줘요”란다. “깎아줘요. 깎아줘요. 깎아줘요. 깎아줘요” 조르는 동안 나머지 친구들은 “깎아라, 깎아라, 깎아라!” 외치며 옆에서 캉캉 춤을 추고 있다. 세상에 담뱃값을 다 깎는 경우도 다 있다.(76~80쪽)

호랑이는 모르는 진리는 육식의 참맛도 일깨운다. 대부분의 과일, 야채는 막 따서 먹는 게 맛있다. 그렇다면 동물은 막 잡은 것을 먹는 게 나을까? 막 잡은 닭을 먹은 이야기를 실화처럼 전하는 작가는 ‘동물은, 또는 동물 비슷한 것들, 움직이는 존재는 막 붙잡아 먹는다고 맛있는 게 아니다’고 결론짓는다. ‘육류가 맛있게 되는 데는 최소한 이틀 정도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호랑이는 모르고 있겠지만.’(158~163쪽)

성씨는 “살면서 만나게 되는 소설의 작은 기미, 짧은 이야기 앞에서 나는 특별히 더 긴장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고압선에서 튀는 불꽃 같은, 서늘한 한 줄기 바람처럼 흘러가고 벼락치듯 다가오는 우연과 찰나의 연쇄가 나를 흥분시킨다”고 후기를 적었다.

“소설 쓰는 인간이다, 나는.” 253쪽, 1만원, 하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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