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는 행위를 오락화, 생명과 생태계에 대한 무지와 오만

시민단체들은 30일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오락화하겠다는 일밤제작팀의 제작의도는 생명과 생태계에 대한 MBC의 경악스러운 무지와 오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로운 코너 ‘헌터스’의 방송계획 즉각 폐기와 제작중단, 그리고 MBC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카라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와 환경운동단체, 생명운동단체, 불교운동단체, 여성단체 등 18개 시민사회 단체들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MBC는 ‘일밤’ ‘헌터스’ 제작 중단 및 방송계획을 즉각 폐기하고, 반생명적ㆍ반생태적 방송계획에 대한 최종책임자로서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담당 PD는 ‘이 프로그램동물을 통해 가장 좋은 정책과 환경이 나오길 바란다’고 하나, 결국 동물의 생명을 개체 수 조절이라는 명분으로 살상하는 살해 문화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아이들이 많이 보는 주말 안방극장에서 생명살해장면을 그대로 노출한다는 것은 생명존중의 대의에 기초한 교육적 측면에서 국민적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환경부의 ‘도심 출현 야생 멧돼지 관리대책’ 발표도 멧돼지 도심 출몰 급증에 대한 미봉책으로 서식지 등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밤 제작진은 개체수 조절이 곧 환경을 지키는 것이고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사냥이라는 사냥집단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영희 PD가 인터뷰를 통해 “포획장면은 없으며 마취총으로 멧돼지를 잡아 119에 인계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 “연예인들이 마취총으로 멧돼지를 상대하겠다는 발상은 고무줄 새총을 든 야생동물 앞에 노출된 어린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며 “위험천만한 즉흥적 발상에 의해 이 프로그램이 기획되었음이 다시 한 번 노출된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멧돼지 개체 수 증가는 ‘사람들’이 저지른 생태계 파괴 행위의 결과 중 하나”라며 “‘대한민국 생태 구조단’이라는 어이없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황당함을 넘어 생태계에 대한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이 날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카라 대표 임순례 감독은 “김영희 PD와 프로그램 제작 전 두 번의 통화를 통해 취지를 들어보고 대화를 나눴는데, 김 PD는 전화통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예능프로그램이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을 다룰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고 본다"며 "MBC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멧돼지 살상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 생각을 공유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앞서 시민단체 등 일각의 제작중단 요구에 '일밤'의 제작진은 "이름 때문에 비롯된 오해"라며 "'헌터스'는 멧돼지로 인한 농가의 피해실상과 애환을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인간이 얼마나 생태파괴를 하는지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즉각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또 제작진은 기획 취지와 제작방식에 대해 시민단체들에게 충분한 입장 전달을 했다며 30일 예정됐던 촬영을 그대로 진행할 예정으로 방송을 보고 결정하라"는 입장이다.

'헌터스'는 김현중, 정용화, 이휘재 등 스타 MC들이 경남 의령과 경북 안동 등 주요 멧돼지 출몰 지역에 전문 엽사와 함께 멧돼지 사냥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은 코너로 내 달 6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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